숨 쉬기조차 괴로운 곰팡이 집, 월세 계약 남아도 이사갈 수 있습니다
숨 쉬기조차 괴로운 곰팡이 집, 월세 계약 남아도 이사갈 수 있습니다
입주 한 달 만에 검은 곰팡이 창궐, 호흡기·피부 질환까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집에 들어가기 싫어 죽겠습니다. 살려주세요”
입주 한 달 만에 온 집안이 곰팡이로 뒤덮여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는 한 임차인의 절박한 호소다. 에어컨을 틀면 곰팡이 포자가 날릴까 두렵고, 장마철이 다가오는 것은 공포 그 자체다.
곰팡이 제거제와 제습기를 사는 데 투자한 비용과 청소하는 데 쓴 시간도 상당하다. 심지어 이사 후부터 호흡기와 피부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아끼는 옷과 가방에도 곰팡이 흔적이 가득하다.
임대차 계약기간은 아직 남아있지만, 하루빨리 이 ‘곰팡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과연 임차인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이사 갈 수 있을까. 변호사와 이 문제를 짚어봤다.
변호사들 만장일치 “명백한 임대인 책임…계약 해지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임대인의 의무 위반이 명백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우리 민법(제623조)은 임대인이 계약 기간 동안 임차인이 집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줄 의무(수선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다. 벽과 천장을 뒤덮은 곰팡이는 이 의무를 위반한 대표적인 사례다.
예서 법률사무소의 배재용 변호사는 “건강 피해까지 있다면 더 이상 참고 살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 같은 상황은 법적으로 계약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해, 임차인은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B & Partners의 이충호 변호사 역시 “곰팡이 상태가 심각해 도저히 거주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계약기간 만료 전이라도 계약 해지를 주장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임차인의 관리 소홀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자는 “세탁기가 있는 베란다를 한겨울에도 항상 반 뼘 정도 열어두었다”고 했다. 환기에 신경 썼음에도 곰팡이가 피었다면, 건물 자체의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임대인의 책임은 더욱 명확해진다.
곰팡이 때문에 병원 가고, 가방 버리고…“손해배상 청구해야”

단순히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변호사들은 곰팡이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재용 변호사는 손해배상 청구 항목으로 ▲피부병·호흡기 질환에 따른 병원 진료비와 약값 ▲곰팡이로 손상된 의류·가방 등 물품 가치 ▲제습기 구입비, 전기요금 등 예상치 못한 생활비 지출 등을 꼽았다.
법무법인 태강의 조은 변호사도 “아끼던 물건의 훼손까지 포함된다면 금전적, 정신적 손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마 오기 전 이사하려면? ‘이것’부터 챙겨라
변호사들은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문제를 해결하고 하루빨리 이사하기 위해선 증거 확보와 명확한 의사 전달이 핵심이다.
먼저, 곰팡이가 핀 곳곳을 날짜가 나오게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둬야 한다. 이충호 변호사는 “의사 진단서, 약 처방전, 청소용품 및 제습기 구매 영수증 등 모든 피해 증거를 철저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인에게 구두로 알리는 것을 넘어, 서면으로 계약 해지 의사를 통보하는 것이 안전하다. 법무법인 세잎의 이유진 변호사는 “내용증명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용증명에는 곰팡이 발생 사실, 그로 인한 피해 내용, 그리고 언제까지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요구사항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만약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을 거부할 경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률사무소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는 “현 상황은 ‘주거 적합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통해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