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아이 돌려보낸 피부과… 불법 진료 거부일까, 정당한 사유일까
찢어진 아이 돌려보낸 피부과… 불법 진료 거부일까, 정당한 사유일까
전문의의 미용 전문 주장은 위법 소지 커
낮은 수가 또한 정당한 거부 사유 안 돼

피부 질환으로 피부과를 찾은 환자들이 "우린 미용만 본다"는 이유로 연달아 진료 거부를 당했다. /셔터스톡
아이가 놀다 입술이 찢어져 급히 찾은 피부과 5곳에서 연달아 문전박대를 당했다. "질환은 안 본다"는 차가운 대답만 돌아왔다. 보톡스와 리프팅 시술 간판이 즐비한 '피부과 천국' 대한민국에서, 정작 피부가 아픈 환자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매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가 환자를 돌려보내는 행위. 이것은 의사의 정당한 선택일까, 아니면 법을 어긴 명백한 진료 거부일까.
'진짜 피부과'와 '진료과목 피부과', 무엇이 다른가
환자들이 문전박대 당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간판에 있다. 거리의 수많은 피부과 중 상당수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운영하는 미용 시술 중심 의원이다. 이들은 '진료과목: 피부과'라고 표기하고 주로 미용 시술만 진행한다.
피부과 전문의는 4년간의 수련을 거쳐 피부 질환과 미용을 모두 다룰 자격을 갖추지만, 비전문의는 피부 질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질환 환자가 찾아오면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선 간판만 보고 진짜 피부과 전문의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결국 응급 상황에서 환자만 애를 태우는 구조다.
의사의 진료 거부, 어디까지 허용되나
우리 의료법 제15조는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요청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 면허정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다. 핵심은 진료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다.
법적으로 '정당한 사유'란 의사의 부재나 질병, 의료기관의 시설·장비로는 환자를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경우 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용만 본다"는 주장은 정당한 사유가 될까?
피부과 전문의의 경우
위법 소지가 크다. 전문의는 피부 질환을 진료할 능력과 자격을 갖췄으므로, "미용만 한다"는 이유로 질환 진료를 일률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다.
일반의(비전문의)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자신의 전문 영역을 벗어난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환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응급처치를 하거나 진료 가능한 다른 병원을 안내할 최소한의 의무는 남는다.
"돈 안 된다"는 이유, 법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설령 전문의를 찾아가도 진료를 거부당하는 일이 생긴다. 의사들은 "낮은 보험 수가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5cm 피부 열상 봉합의 보험 수가는 최대 2만~3만 원에 불과하다. 시간과 정교함이 필요한 시술임에도 보상이 턱없이 낮아 의사들이 진료를 꺼린다는 것이다.
낮은 수가 또한 진료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과거 "의료보험 진료수가가 원가보다 낮다는 사유만으로는 요양기관 지정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97누10819 판결).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한 판결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진료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눈앞의 환자를 돌려보내는 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결국 미용 시술에만 집중하며 피부 질환 환자를 외면하는 행위는 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린 위법한 진료 거부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선, 비현실적인 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환자들이 전문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