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해도 죄가 되는 나라?…'양육비 미지급' 폭로한 김동성 전처, 되레 전과 위기
진실을 말해도 죄가 되는 나라?…'양육비 미지급' 폭로한 김동성 전처, 되레 전과 위기
"양육비 못 받았다" 폭로한 전처,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검찰 송치
"사실인데 왜 처벌받나" 들끓는 여론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법의 저울은 어디로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동성 선수. /연합뉴스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동성씨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폭로했던 그의 전처 A씨가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받지 못해 '배드파더스'(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 사이트)에 전 남편의 정보를 올리고 언론과 인터뷰했던 한 어머니가, 이제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김씨의 고소였다. 김씨는 A씨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고소했지만, 경찰은 A씨의 주장이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경찰은 A씨가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가 김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진실을 말한 게 왜 죄가 되느냐", "이해할 수 없는 법"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범죄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김동성 사건을 계기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실' 말해도 처벌…한국에만 있는 법 아니다
많은 이들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법으로 오해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독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진실을 말했더라도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렸다면 형사 처벌하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세계적인 추세는 명예훼손 처벌을 형사법이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려는 '비범죄화' 경향을 띤다. 2011년 UN 의사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한국에 형사상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형법은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사실을 폭로했다면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 핵심은 한 개인의 '잊힐 권리'와 사회적 평판을 보호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다.
'공공의 이익' 위한 폭로였나
그렇다면 진실을 폭로한 모든 사람이 처벌받는 것일까? 우리 법은 한 가지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형법 제310조는 폭로한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면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을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이 '공공의 이익'이라는 조건이 김동성씨 전처 A씨의 운명을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A씨의 폭로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사적 복수'였는지, 아니면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려는 '공익적 목적'이 있었는지를 검찰과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공공의 이익'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