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로고 드러내며 악덕 점주 묘사한 드라마 'D.P.'의 책임은 어디까지?
세븐일레븐 로고 드러내며 악덕 점주 묘사한 드라마 'D.P.'의 책임은 어디까지?
유통기한 지난 재고 부실하게 관리하는 장면 묘사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 "상의 없이 부정적 내용 담았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변호사와 분석해봤다

넷플릭스 드라마 D.P.(디피)에서 배우들이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장면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측은 자사의 편의점주가 악덕 업주로 비칠 수 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러한 드라마 속 장면이 법적으로 문제될까. /유튜브 '넷플릭스 코리아'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D.P.(디피)가 뜻밖의 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문제를 제기한 건 국내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코리아세븐.
지난 7일 코리아세븐은 "드라마 속에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장면이 담겼다"면서 "이는 (촬영 협조 당시) 사전에 검토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장면의 수정·삭제를 넷플릭스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세븐이 지적한 문제의 장면은 D.P.(디피) 5회차 방영분에서 등장한다. 극 중 편의점 점주가 알바생에게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바로바로 치우면, 적자는 네가 메울 거냐"라며 나무라는 장면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점주와 알바생이 세븐일레븐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
이 장면만 보면 해당 편의점의 악덕 점주가 알바생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하도록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코리아세븐 측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한 상황이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기업의 이미지'도 형법상 명예훼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걸까? 또, 드라마 속에서 허구로 연출된 장면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걸까? 이러한 의문점을 로톡뉴스가 짚어봤다.
우리 형법은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307조) 다만 대법원은 '법인'도 엄연한 명예훼손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개인이 아닌 기업 조직이나 브랜드 이미지도 그 명예를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은 A 교회에 대한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한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사람이 아닌 법인 역시 명예훼손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본 것. 또한 A 교회의 교리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퍼뜨린 건 그 교회의 외적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봤다.
지난 2018년에는 출판사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피해를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B 출판사가 사재기를 했다"며 SNS에 의혹을 제기한 타 출판사 대표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서 법인도 피해자에 해당되는 것을 전제로 일관되게 판결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이 말하는 '브랜드 이미지' 역시 명예훼손죄의 보호 대상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연출된 장면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걸까? 통상 우리 법원은 "시청자들도 허구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명예훼손 혐의를 잘 인정해주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던 이지윤 변호사(법률사무소 로엔리)도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문제가 됐던 드라마 속 장면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대한 묘사보다는, 점주 개인 캐릭터의 묘사로 보인다"며 "사실 혹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걸로 보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명예훼손이 성립할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븐일레븐 로고를 여과 없이 내보내면서 별도의 시청자 경고 문구가 없었던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군 사실에 기반을 두고 만든 드라마이다 보니, 그 외 상황에 대한 일반 문구를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듯 보인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드라마 시작 부분에 '극 중에 나오는 지명·인물·기업 명칭 등은 사실과 무관하다'는 점을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 역시 "아무리 가상이라고 하더라도, 가치 판단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 사실적 묘사에 대해선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단순히 허구로 내용을 구성한 게 아니라, 세븐일레븐이라는 특정 장소와 로고가 그대로 사용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해당 변호사는 "시청자들에게 드라마 속 기업 묘사만큼은 허구라는 식의 안내가 없었던 만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져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너무 "진짜 같아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라마 D.P.(디피)가 그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