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시대, "관치와 규제 맹신 버리고 시민자치 이룰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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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시대, "관치와 규제 맹신 버리고 시민자치 이룰 시기다"

2019. 07. 10 19:15 작성
김주미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joom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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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법 규제, 흥선대원군이 굳게 닫아 건 빗장과 같아”

“아날로그 시대에 맞춘 법으로 디지털 전환시대 규율해선 안되”

“규제 중독 치유하고 인공지능 최적화된 산업 적극 발전시켜야”

사진 안세연 기자

사물 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기존 서비스를 혁신하는 모든 행위를 통틀어 ‘디지털 전환’이라고 한다.


이는 정보통신용어표준화위원회에서 2017년에 채택한 신조어로,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시킬 것을 내포하는 단어다.


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이 바로 ‘디지털 전환시대’다.


그런데, 시민과 정부의 의식이 아직도 구한말쯤에 머물러 있다고 쓴소리를 하는 법률가가 있다. '디지털 전환시대 전도사'라고까지 회자되는 법전문가, 구태언 법무법인 린·테크앤로 부문장이다.


그는 “마치 나라의 빗장을 굳게 닫아걸고 쇄국 정책을 편 흥선대원군처럼, 규제중독과 법 만능주의에 빠진 시민과 정부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기술 진보의 쓰나미를 온몸으로 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은, 눈부신 기술 발전이 빠른 속도로 일상을 바꿔나가는 현실에 마음을 열고 맞춰가기를 어려워한다.


이전에 없던 부작용이 조금만 나타나도 “정부는 뭐하냐”며 역정을 내기에, 정부는 미리부터 철벽같이 방어하고 법 규제로 온 산업을 촘촘히 옭아매기 바쁘다.


구태언 변호사는 “미중일 등 세계의 강국들이 준비된 혁신으로 디지털 전환시대에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사이에서, 우리는 아직도 80년대식 관치행정에 익숙한 습성에 매여 뒷짐 지고 천천히 땅을 걸어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구 변호사는 “4차 산업혁명기라고도 일컫는 이 대전환기에 우리가 세계 흐름을 정확히 읽고, 국내적으로는 진정한 시민자치를 이루면서 동시에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 나아가려면, 얼마 남지 않은 골든타임 동안 전향적인 자세로 혁신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사랑하는 ‘규제중독 치유 운동가’, 구태언 변호사를 로톡뉴스가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명함에 새기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문구가 인상 깊습니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신지.


“세계는 지금 디지털 전환시대에 들어서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도 말하는데요.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는데, 즉 몸이 자라고 있는데도 이전에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으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저는 이 낡은 옷을 바꿔입자고 말하는 것인데요, 곧 규제의 혁신입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저는 규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거나 규제의 철폐를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합리적인 규제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죠. 다만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법 규제가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으니,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 ‘합리적이지 않은 규제’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주신다면.


“규제가 기득권을 보호하는 데만 맞춰져 있어 새로운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면 비합리적인 규제입니다. 규제가 ‘기존 산업 보호’와 ‘혁신산업 발전’ 간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데, 현재의 규제들은 대부분 기존 산업 보호에만 무게중심이 쏠려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투자 일임을 위해서는 서면 형태의 계약서를 교부해야 했습니다. 비대면 영업을 할 수 없게 한 건데, 이는 핀테크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됐어도 서면을 들고 직접 가서 업무를 하라는 이런 규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옷의 대표 격입니다.


우리나라가 허용하지 않는 원격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곳곳에 병원이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아플 때 곧바로 병원에 갈 수 없습니다. 먼저 병원을 예약해 시간을 잡고 직접 찾아가 의사를 대면하여 진료를 받아야만 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미국, 중국, 일본은 모두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어요. 아플 때 바로 내가 있는 자리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국가들은 원격의료를 허용해 의료접근성을 높인 단계에서 더 나아가, 축적한 의료 데이터로 인공지능도 발전시키고 있죠.


얼마 전 애플 워치가 주기적으로 재는 심장박동을 바탕으로 당뇨병 발병을 미리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했지 않습니까? 우리는 당뇨가 발병한 후에야 병원에 가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치료도 제한적인데, 원격의료와 인공지능이 발전한 국가에서는 이처럼 발병 전에 미리 알고 진료를 받으니 사전에 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결합한 웨어러블 기기가 국경을 넘어오는 때에는, 국민은 더 이상 국내 의사의 진료에만 의존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하루빨리 규제를 개혁하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 말씀하신 문제는 법률산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리걸테크 산업을 비롯한 우리 법조 분야에서 특히 개선돼야 할 부분을 짚어주신다면.


“저도 법조인이지만, 법조계는 상황이 가장 심각합니다. 법률산업은 본질적으로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컴퓨터화(computerization)에 최적화된 산업인데요. 법률가들의 업무 중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이 손쉽게 해낼 수 있습니다. 즉, 인공지능을 가장 막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법입니다.


인터넷을 처음 만든 미국은 인터넷 발전을 꾀하는 과정에서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를 키워냈는데요. 지금 미국에는 리걸테크(legal-tech) 기업이 천 개가 넘습니다. 이 리걸테크 기업들이 향후 GAFA처럼 성장해서 세계 법률시장을 어떻게 끌어갈지 모르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해외에서는 인공지능이 판례 데이터를 분석해 나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주고, 소송 결과를 예측해 주는 서비스가 조만간 보편화될 겁니다. 일기예보가 마찬가지 작업인데요. 구글이 검색 서비스뿐 아니라 번역 서비스까지 무료로 하는 것을 생각할 때, 법률 정보 또한 무료로 제공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법률가들은 인공지능이 손쉽게 하는 업무보다는, 통찰과 전략을 제시하는 큐레이터 역할, 그리고 소송보다는 합의를 주로 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사무소를 차려놓고 고객이 오기를 기다리는 지점형 영업은 당연히 효용이 없어집니다. 또 조직력과 다양한 인력을 자산으로 하는 로펌도 위상이 흔들릴 것이고, 1인 주치의처럼 시민과 법률가가 모바일로도 즉각 연결되는 ‘1인 법률가’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런데 원격의료 문제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해외의 발전된 기술이 국경을 넘어오는 때에는, 그대로 먹혀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모든 판례 데이터를 공개하고, 변호사법 등 리걸테크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혁신해야 합니다. 법률산업에 특화된 플랫폼들을 키우면서, 인공지능과 법률가가 협력하며 공생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영상 촬영 편집 안세연 기자


- 변호사님께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들을 지적해 오셨습니다. 그런데도 쉽게 바뀌지 않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처음엔 정부가 문제라고 생각해서 공무원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세계 흐름을 볼 때 우리는 상당히 뒤쳐져 있는데, 바뀔 생각조차 하지 않거든요. 규제를 얼른 혁신해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같은 플랫폼을 GAFA처럼 키우든지, 아니면 해외의 발전된 기업을 적극 받아들이든지 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닌 겁니다. 발전하는 나라들 사이에서 우리만 점차 낙후될 게 명백하죠.


하지만 정해진 임기 동안 성과를 내야 하는 정부는 생색내기 좋은 방향으로 일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본가나 기득권을 위해 일할 때 생색내기 좋지 않습니까? 수많은 시민의 문제들이 정부 입장에서는 ‘정부가 나설 정도의 일은 아닌 것’으로 치부되고 맙니다. 정부가 일일이 나서주기 원하는 건 시민들의 짝사랑이자 허황된 믿음입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일상의 편익만 증진되는 게 아닙니다. 기술의 발전은, 중앙으로 모여 불균형적인 권력을 형성하던 힘도 분산시키게 됩니다. 고도의 시민자치가 가능해지는 시대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를 위해선 우리 시민들의 의식 또한 혁신되어야 합니다.


세세한 영역까지 법 조항을 통해 국민의 삶에 개입하던 국가는, 알고리즘에 따라 운영되는 디지털 사회에서 점차 그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정부는 뭐하냐”며 공무원들을 쳐다볼 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합의해서 자신들에게 적용될 알고리즘을 형성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자치를 하면 되는 겁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더 이상 맞지 않는 사고란 ‘수직적 사고’입니다. 이제 시민들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국가가 나서서 법을 통해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법 맹신’ 상태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자주적인 의식을 새로이 입어야 합니다.”


- ‘디지털 전환시대의 기술 발전은 국민이 국가에 의존할 필요를 덜어주어, 완전한 시민자치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변호사님 말씀은,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 같습니다.


“꼭 정치 이야기인 건 아니고요, 우리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잘 대비했을 때 맞이하게 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면 자연스러운 예측입니다. 우리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정확히는 ‘진화’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얼마 전 ‘규제중독 치유하기 천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관치에 기대면서 법을 맹신하던 사고에서 벗어나, 기술 발전 위에서 자치를 실현하겠다는 혁신 의지를 국민 천만 명이 보여주면 이 나라는 분명히 변합니다. 이건 정치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문화 운동의 성격인데요. 저는 조금 일찍 이 부분을 먼저 생각한 사람으로서 화두를 던졌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기는 시민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겠죠.”



- 변호사님은 ‘모든 스타트업들의 멘토’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스타트업을 돕고 계시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제가 하는 프로보노 활동인데,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쏟으면서도 아주 적은 돈을 받거나, 아예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이죠.


우리가 '기업의 미래는 신입 사원이고, 나라의 미래는 어린 아이'라고 말합니다. '국가 경제의 미래'는 '스타트업' 아니겠습니까? 십년, 이십년 뒤에 이 스타트업들이 자라서 네이버, 구글처럼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새싹을 정부가 키워주질 않아요. 오히려 못 자라게 막고 있으니 안타까워서 저라도 나서는 것입니다. 자문을 해 주고, 필요한 도움을 주죠.


저는 우리나라가 부강해서 세계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 일은 지금 새싹인 우리 스타트업들이 잘 성장해서 맡아줄 일입니다. 제가 이들을 돕는 것이 어찌 아니 보람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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