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6천만원짜리 포르쉐 샀다가, 1억 5천만원짜리 소송을 당했다
1억 6천만원짜리 포르쉐 샀다가, 1억 5천만원짜리 소송을 당했다
포르쉐 911 카레라 구입 후 똑같은 증상으로 6번 수리
차주 "또 고장 나면 환불" vs. 포르쉐 측 "다 고쳤으니 그런 약속 못 해"
사건 담당한 방정환 변호사 "한국 소비자 무시하는 횡포"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포르쉐. 하지만 민씨는 포르쉐만 생각하면 화가 난다. 민씨는 고장 문제를 놓고 포르쉐 공식 딜러사와 1년 가까이 소송 중이다. /포르쉐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1억 6300만원 주고 차를 샀는데, 거기에 딱 316만원 모자라는 1억 5984만원짜리 소송을 당했네요."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포르쉐. 하지만 민씨는 포르쉐만 생각하면 화가 난다. 민씨는 고장 문제를 놓고 포르쉐 공식 딜러사와 1년 가까이 소송 중이다.
민씨는 지난 2016년 1월 포르쉐 '911 카레라'를 구매했다. 영롱한 푸른색 색상이었다. 911 카레라는 "모든 스포츠카의 비교 대상"이라 불리는 포르쉐 간판 모델이다. 하지만 이 차량은 구매한 지 2달 만에 첫 고장을 일으켰고, 이후 5차례 더 고장을 일으켰다.
그러다 보니 지난 3년간 운행한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다. 수리 기간을 빼면 그마저도 안 된다. 정비를 맡기면 짧게는 하루, 길게는 1달 반 가까이 이어진 적도 있었다.
고장 원인은 매번 같았다. '냉각수 부족 및 엔진 과열.' 동일한 경고 문구가 점등될 때마다 수리를 맡기고 찾기를 여러 번. 지난 2017년 12월 7일 여섯 번째로 같은 증상이 나타나자 민씨는 딜러사에 "같은 증상이 한 번 더 반복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따졌다.
딜러사는 "제대로 수리하겠다"며 "수리 기간 동안 무상으로 타시라"며 중고 포르쉐 차량을 로너카(Loaner car⋅대여차)로 내어줬다. 2015년식 중고차였다.
한 달 뒤 민씨는 "차를 다 고쳤으니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민씨는 "다시 동일한 고장이 나면 교환이나 환불해준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딜러사는 거절했다. 민씨는 "그러면 못 찾아간다"고 맞섰다. 반복되는 동일한 고장과 수리를 믿을 수 없어서였다. 수리 기간 중 사용하라며 딜러사가 대여한 대여차도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딜러사는 내용증명을 보내기 시작했다. 소송을 걸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민씨가 응하지 않자 실제 소송이 시작됐다. 형사소송이 먼저였다. 딜러사는 민씨가 반납하지 않는 렌트카를 문제 삼아 횡령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반복되는 고장에 대한 확인서 요구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할 때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여서 불법영득 의사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민씨는 이 사건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분쟁조정위)에 가져갔다. 분쟁조정위는 소비자 분쟁에 대한 조정요청 사건을 심의해 조정 결정을 하는 준사법적인 기구다. 조정 결과 민씨가 이겼다. "동종의 신차로 교환해줘라"는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딜러사는 이에 따르지 않고 민사소송을 이어갔다.
딜러사가 민사소송에서 "대여차를 반환(포르쉐 차량 수거)하고 그동안 대여차를 사용한 요금 1억 5984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민씨 새 차 가격(1억 6300만원)과 비슷한 액수를 청구한 것이다.
딜러사는 먼저 "민씨 차량의 고장 부분은 수리가 완료됐다"고 전제했다. 그 전제하에 민씨에게 수리센터에 맡긴 차량을 수거할 의무가 있고, 수리가 끝난 후에 대여차를 계속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 사용료는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딜러사의 '기본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황병헌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딜러사)는 고장의 원인을 파악하여 수리를 완료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전의 수리 및 정비에서 동일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가 이번에는 해결된 경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딜러사는 고장이 발생할 때마다 "고쳤다"고 했지만 고장이 반복됐으니, 이번에 "고쳤다"고 한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취지다.
재판부가 이런 결정에는 앞선 분쟁조정위의 조사 결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분쟁조정위 조사에서 전문위원은 "딜러사의 수리는 정확한 진단 없이 추측성 무차별 교환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명확한 진단 하고 고친 수리가 아니었으니, 딜러사가 주장한 "수리를 완료했다"는 전제를 믿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결국 재판은 민씨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원고 청구는 모두 기각됐고 소송비용 전액도 딜러사가 지게 됐다. 딜러사는 1심에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인화의 방정환 변호사는 "이 사건은 원고(딜러사)가 공급한 차량의 하자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소비자에게 행해진 적반하장격 소송"이라며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외국 유명 자동차업체의 횡포"라고 말했다.
방 변호사는 "(민씨는) 차량 하자로 인해 현재까지 계속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고 원고(딜러사)에게 이러한 손해 배상을 청구해야 할 상황인데 오히려 딜러사가 민씨에게 대여차 사용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주객전도"라고 말했다.
방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반소로 신차교환과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