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남편⋯이혼 사유가 될까? 판례를 찾아봤다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남편⋯이혼 사유가 될까? 판례를 찾아봤다
판례로 본 법원의 판단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진 남편,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

배우자의 가부장적인 태도만으로 이혼이 가능할까. 보통 이혼을 생각하면, 배우자의 외도와 폭행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가부장적인 배우자의 태도가 이혼 사유가 된다"는 판결을 계속 내리고 있다. /셔터스톡
배우자의 가부장적인 태도는 과연 이혼 사유가 될까. 보통 이혼을 생각하면, 배우자의 외도와 폭행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가부장적인 배우자의 태도가 이혼 사유가 된다"는 판결을 계속 내리고 있다.

법률사무소 문정의 배지안 변호사는 "외도 등 명백한 유책성은 없었지만, 혼인생활 내내 자신을 무시하고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원인으로 이혼이 가능한지 의문을 품는 분들이 많다"며 "최근 법원이 (민법 제840조 제3호와 제6호와 관련해) 실질적인 측면을 고려해 해석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경향"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제3호는 '배우자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전 우리 법원은 '가부장적인 남편'이라는 사유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해당한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남편은 "항상 아껴 써야 한다"는 이 말을 약 30년 가까운 결혼 생활 내내 달고 살았다. 노후에 편히 살려면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야 한다고 했다. 월 200만원이 안되는 돈으로 자녀 2명을 키우며 생활했고, 집안 대소사 비용까지 모두 이 비용에서 해결할 것을 강요받았다.
아내는 부족한 생활비에 자녀들의 교육비라도 보탤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가 일하는 것과 별개로 집안일은 당연히 아내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바빠진 아내가 제대로 집안일을 못 하자 남편의 불만은 쌓여 갔다. 그러다 어느 날은 냉장고 반찬을 다 꺼내 던져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후 깨끗해진 집을 보면서 "내가 악역을 자처하는 이유"라며 흐뭇해하기도 했다.
자녀들이 성장하며 이런 가부장적 아버지와의 갈등이 심해졌다. 그러나 남편은 자녀들의 반항을 절대 용납하지 못했다. 특히 충돌이 많았던 아들에게는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싸움 중 가스 불을 켜고는 "다 같이 죽자"며 가족들을 공포에 빠뜨리기도 했다.
아내는 참다못해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막상 이혼소송이 제기되자 남편은 "아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아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알려주면 개선할 의지가 있다"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아내의 마음은 이미 떠나버렸다. 아내는 법원에서 "바깥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남편이 집에서는 너무 강압적이었다"며 "(남편의 행동으로) 내 자존감이 낮아졌고, 여태 눈치 보며 힘들게 살았는데 앞으로는 편안하게 살고 싶다"며 이혼을 고수했다.
지난해 9월 법원이 내린 결정은 이혼이었다. 재판부는 이 혼인 파탄의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봤다.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성격으로 가족들을 통솔하려고 했고, 자신의 기준을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가족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정을 부양한다는 이유로 강압적 언행과 태도들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 결과 부부의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아내에게 재산 분할로 1억 6000만원과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남편은 항상 아내에게 불만이 많았다. 아내가 음식점을 처음 열었을 때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남편을 도왔었다. 하지만 곧 친정어머니의 사정상 아이들을 돌봐주는 게 어려워지자 음식점에 나갈 수 없게 됐다.
이에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면서, 둘 사이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내가 음식점 일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고, 생활비 100만원의 대부분을 택시비와 친정 식구와의 외식비로 쓴다고 생각했다. 가게가 어려워지는 데 한 번 나와보지 않는 것도 불만이었다. 곧 부부의 다툼은 잦아졌다.
차량 사용 문제로 부부 사이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아내는 연년생인 형제의 어린이집 등원 시 남편의 차량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남편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내는 친정에서 차량을 받아왔다. 남편은 아내의 이런 행동을 곱게 보지 않았다. 이 차량을 친정 식구들을 태워주려고 가져온 것으로 생각하며 "차량을 돌려주고 오라"고 요구했다. 또한 가족이 모는 차량이 두 대가 되면 기존에 받던 경차 지원금 20만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아내는 결국 자녀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며 별거를 시작했다. 떨어져 살게 된 남편은 아내에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며 설득했다. 이번 일로 무엇인가를 깨달은 것일까. 아니었다. 남편의 태도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에게 "암탉이 크게 울면 침몰한다", "가게에 나와 8시간만 일해주면 충분", "내가 쳐놓은 울타리만 넘지 말라"는 등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내는 이런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월 법원은 부부의 혼인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보고, 아내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파탄의 주된 책임은 남편에게 향했다. 법원은 남편이 생활비를 마련하는 자신의 수고만 중요시하고, 가사와 육아를 하는 아내의 어려움을 가볍게 생각했다고 봤다.
특히 남편이 자신이 정한 기준에 일방적으로 따를 것을 아내에게 강요하며, 희생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갈등이 심화된 '차량 사용'에 관해서도 애초에 남편이 아내를 배려해 차를 사용하게 했더라면 부부 관계가 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
법원은 더불어 남편이 아내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자녀들의 친권과 양육권은 아내가 갖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