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에 자살까지... 법원, 국가에 "납북 어부 유족에 7천7백만 원 지급"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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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누명'에 자살까지... 법원, 국가에 "납북 어부 유족에 7천7백만 원 지급" 판결

2025. 10. 23 09:02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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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불법사찰 국가 책임"

52년 만에 7798만 원 배상 확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1970년대 동해에서 북한에 납치됐다가 귀환한 어부가 한국 땅에서 오히려 '간첩' 누명을 쓰고 불법 구금, 고문, 사찰 등 국가 폭력에 시달린 사건에 대해 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025년 8월 28일 선고된 이 판결은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총 7,700만 원이 넘는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명령과 함께, 오랜 기간 이어진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호한 법적 책임을 물었다.


억울한 '간첩' 누명: 북에서 돌아온 어부를 기다린 것은 가혹행위와 감시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망인 C는 1971년 8월 동해상에서 조업 중 북한에 납치되었다가 1972년 9월 7일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린 것은 국가의 불법적인 공권력이었다.


망인은 귀환 당일부터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속초시 청 회의실, N여관 등에 79일 동안 불법 구금된 채 가족 및 외부와의 면회가 금지됐다.


이 기간 경찰, 해경, 중앙정보부 등으로 구성된 심문반으로부터 구타, 고문, 고춧가루 물고문, 전기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며 진술을 강요당했다.


이러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기초해 망인은 반공법위반, 국가보안법위반 등으로 기소되었고, 항소심에서 유죄(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가 확정되었다(춘천지방법원 73노19 판결).


설상가상으로 망인은 출소 후에도 오랜 기간 국가기관의 감시와 사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0년 12월경까지 지속적인 불법 사찰 대상이었으며, 특히 A급 사찰대상으로 분류되어 집중적으로 감시받았다.


수사기관은 망인의 혼인 여부, 직업, 거주지, 수입, 주변 인물과의 대화 내용, 귀가 시간, 외출 동선 등을 1~2개월에 한 번씩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망인은 결국 1996년 4월 26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며, 이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극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늦게나마 밝혀진 진실: 재심 무죄와 국가의 위헌·위법행위 인정

진실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밝혀졌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의 재심 청구에 따라 춘천지방법원은 2023년 5월 12일 망인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같은 달 확정되었다.


또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3년 5월 10일 이 사건에 대해 '납북귀환어부들은 영장 없이 구금되고 가혹행위를 받았으며, 형사처벌 이후에도 지속적인 감시와 사찰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으로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일련의 공권력 행사는 공무집행의 외관만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위헌·위법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특히 불법행위의 위법성이 매우 크고, 미성년자이던 망인이 청소년기에 국가로부터 불법행위를 당해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를 산정했다.


52년 세월의 고통: 법원이 인정한 최종 배상액

법원은 망인의 배우자 원고 A와 자녀 원고 B에게 다음과 같이 총 77,985,597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A(배우자): 56,418,284원


(고유 위자료 1500만 원 + 망인의 상속액 3771만여 원 + 망 K의 상속액 2514만여 원) - (형사보상금 2143만여 원)


원고 B(자녀): 21,567,313원


(고유 위자료 500만 원 + 망인의 상속액 2514만여 원) - (형사보상금 857만여 원)


다만, 원고들이 청구한 '피고가 망인의 납북을 방치하여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는 주장과 '검찰총장 명의의 사과문을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게재하라'는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과문 게재 청구에 대해 "재심 무죄 판결 요지가 이미 공시된 점, 검찰이 납북귀환어부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명예회복을 약속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점,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상 별도의 명예회복 절차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국가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저지른 위헌적이고 위법한 공권력 행사, 특히 납북 귀환 어부에 대한 불법 구금, 고문, 사찰 행위가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자녀 등 가족에게 미친 막대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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