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조롱 모자라 아내에게 쌍욕까지⋯일부 잠실 시위대의 선 넘은 경찰 괴롭힘
길거리 조롱 모자라 아내에게 쌍욕까지⋯일부 잠실 시위대의 선 넘은 경찰 괴롭힘
'타청'을 '하청'으로 오해해 빚어진 황당한 마녀사냥
아내 향한 도 넘은 조롱과 모욕
변호사들 "명예훼손·모욕죄로 무거운 처벌 가능"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한 경찰이 집회를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시위 현장을 통제하던 대한민국 경찰관이 순식간에 '중국 공안(경찰)'으로 둔갑했다. 황당한 가짜뉴스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들불처럼 번졌고, 참다못한 아내가 직접 등판해 사실을 바로잡으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조롱뿐이었다.
결국 아내는 150건이 넘는 증거를 수집해 법적 대응 칼을 빼 들었다. 익명성에 숨어 공권력을 조롱하고 한 가족의 일상을 짓밟은 이들에게 남은 것은 혹독한 법적 책임뿐이다.
'타청' 소속이 '하청'으로⋯가짜뉴스가 야기한 촌극
사건의 발단은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시위 현장이었다.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에 따르면, 당시 시위 참가자 수십 명은 바닥에 앉아 있는 경찰관 한 명을 둘러싸고 "경찰 사칭이다", "중국인이다"라며 욕설을 쏟아냈다.
해당 경찰관은 최근 서울청으로 소속을 옮겨 공무원증 재발급 절차를 밟고 있던 터라 당장 신분증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동료 경찰관이 "타청(타 경찰청)에서 온 사람이다"라고 설명했지만, 시위대는 이를 "하청"으로 알아들었다.
유승민 작가는 방송에서 "이후 해당 부분만 편집된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며 '송파에 중국계로 의심되는 신원 불명의 경찰복 남성이 등장했다', '경찰 조직에 하청이 있다'는 식의 가짜뉴스로 전개됐다"고 지적했다.
누군가의 용역을 받고 나온 중국인일 것이라는 비약이 사실처럼 굳어진 것이다.
해당 경찰관은 40분 가까이 조리돌림을 당했고, 경찰청이 8일 "해당 인원들은 대한민국의 경찰관이 맞다"며 공식 입장문까지 냈지만 혐오 굴레는 멈추지 않았다.
"제복 페티시 있냐" 아내 향한 2차 가해
온라인에 퍼진 '시민들에게 체포된 위장 경찰'이라는 영상을 우연히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해당 경찰관의 아내였다.
아내는 영상을 올린 게시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내 남편은 경찰관이 맞으니 영상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화살은 아내를 향했다.
아내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내 남편이라고 밝히면 사실 저는 끝날 줄 알았거든요. 지우거나 이럴 줄 알았는데 이제 저한테 와서 집요하게 증명을 요청하더라고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경찰이면 다 네 남편이야?', '제복 페티시가 있냐'며 조롱하고 일대일로 온갖 쌍욕을 보내는 분들이 계셨다"고 토로했다.
아내는 결국 157건의 증거를 수집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고소를 선언하자 일부는 "정신질환이 있어서 그랬으니 선처해달라"며 태도를 바꿨고, 대부분은 계정을 삭제한 뒤 잠적했다.
하지만 아내는 멈추지 않았다. "익명에 숨고 계정을 삭제하고 도망가시는 걸 보면서 '아, 결국 이들도 사실이 아닌 걸 인지하고 있구나', '그냥 혐오와 조롱 대상이 필요한 인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계정 지우고 도망가도 '정보통신망법 위반' 처벌 피하기 어려워
온라인상에서 신원이 특정된 경찰관을 중국 공안으로 매도하고, 그 아내에게까지 성희롱성 발언과 욕설을 퍼부은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우선 허위 사실을 유포해 경찰관 본인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내에게 개인적으로 전송한 "제복 페티시가 있냐" 등의 발언과 욕설 역시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나 형법상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다.
계정을 삭제하고 이른바 '튀었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포털 사이트나 소셜미디어 본사로부터 접속 IP와 로그 기록 등을 협조받아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다.
또한 "정신질환이 있다"는 핑계 역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악플 작성의 경우 법정에서 심신미약으로 감형받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