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비 잘못 썼다간 '빚 폭탄'…상속포기·한정승인 3개월 골든타임
장례비 잘못 썼다간 '빚 폭탄'…상속포기·한정승인 3개월 골든타임
빚 많은 상속, 포기·한정승인 3개월 안에 결정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버지가 남긴 건 작은 아파트와 예금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서류를 정리하다 보니 보증 채무에 손해배상 소송까지 떠안게 됐다. 거기다 연락이 끊긴 남동생 때문에 예금 인출도, 아파트 명의 이전도 꼼짝 못 하는 상황. 상속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4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갑작스러운 부친상과 함께 예상치 못한 채무 폭탄을 떠안게 된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곁을 묵묵히 지키며 병원 동행, 스마트폰 사용법 안내 등 소소한 돌봄을 이어왔고, 아버지는 2년 전 지방 임야 한 필지를 A씨에게 단독으로 증여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지병 악화로 별세한 후, 친척의 보증과 개인 채무, 심지어 진행 중이던 손해배상 소송까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상속인은 어머니와 A씨, 그리고 오래전 연락을 끊은 남동생이었다.
이날 방송에는 법무법인 신세계로 이준헌 변호사가 출연해 복잡하게 얽힌 상속 문제를 하나씩 짚었다.
재산인지 빚인지부터 파악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버지가 남긴 재산과 채무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준헌 변호사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첫 번째 수단으로 제시했다.
아버지의 주민등록지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정부24 홈페이지를 통해 상속인인 배우자나 자녀가 신청할 수 있으며, 금융거래·토지·건축물·자동차·국세 및 지방세 체납·국민연금 가입 여부까지 한 번에 조회된다.
이 변호사는 "이를 통해 고인의 구체적인 자산과 채무를 명확히 파악한 뒤, 상속을 승인할지 포기할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전체 그림을 파악하지 못한 채 섣불리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권자 요구에 응하면 예상치 못한 법적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빚이 더 많다면…상속포기 vs 한정승인, 3개월이 관건
재산보다 빚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면,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법원에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두 제도는 비슷해 보이지만 결과가 크게 다르다.
상속포기는 권리와 의무를 모두 내려놓는 것인데, 1순위 상속인이 포기하면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빚이 승계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한정승인은 물려받은 재산 한도 내에서만 고인의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조건부 승인으로, 후순위 상속인에게 빚이 넘어가지 않고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동순위 상속인 중 1명이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는 상속포기를 하는 방식이 많이 활용된다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한편 3개월 기한을 이미 넘겼더라도, 중대한 과실 없이 뒤늦게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그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하는 길이 열려 있다.
장례비 명목으로 예금 인출했다가 단순승인 간주될 수도
급한 마음에 아버지 명의 예금을 먼저 인출해 장례비에 쓰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고인의 예금을 임의로 인출해 사용할 경우 법적으로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민법 규정상 상속인이 상속 재산을 처분하면 상속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아, 이후 빚이 재산보다 많아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없게 된다.
장례비를 고인의 예금에서 지출하더라도 고유 비용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다만 이 변호사는 가급적 상속인의 사비로 장례비를 먼저 지출한 뒤 정산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부득이하게 고인의 예금을 사용해야 한다면 영수증, 병원비 내역, 장례식장 이용 내역 등 관련 증빙 서류를 철저히 보관해 두어야 단순승인으로 오인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연락 두절 남동생·특별수익·기여분·유류분…남은 쟁점들
상속 절차를 진행하려면 남동생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상속재산분할협의는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필수여서, 단 한 명이라도 빠지면 법적 효력이 없다. A씨와 어머니만으로 협의를 진행해도 무효라는 의미다.
이 경우 법원에 '부재자 재산관리인 선임'을 신청해야 하며, 선임된 관리인이 법원 허가를 얻어 행방불명된 상속인을 대신해 협의에 참여할 수 있다.
A씨가 생전에 단독으로 증여받은 임야도 쟁점이 된다.
이 변호사는 해당 임야가 법적으로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남은 상속 재산에 생전 증여액을 합산해 전체 상속 재산을 산정한 뒤 법정상속분을 계산하고, A씨는 자신의 상속분에서 이미 받은 임야의 상속 개시 당시 시가를 차감한 만큼만 가져갈 수 있다.
이미 받은 금액이 법정상속분을 초과한다면 남은 재산에서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더불어 나중에 남동생이 나타나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자녀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로 보장되며, 임야 증여로 남동생의 유류분에 부족액이 생겼다면 그 한도 내에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이 변호사는 밝혔다.
다만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상속 개시와 반환 대상 증여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상속 개시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한다.
어머니의 기여분 문제도 남아 있다.
오랜 기간 간병과 아파트 마련에 기여한 사실이 있다면, 법원에 기여분을 주장해 남은 상속 재산에서 일정 비율을 먼저 배분받을 수 있다.
다만 이 변호사는 배우자로서 당연한 통상적 부양 의무 수준으로는 인정받기 어렵고, 간병비 절감에 준하는 특별한 수발이나 아파트 매입 자금 출처를 실제로 증명한 경우에 한해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한정승인 심판문을 법원에 제출하면 판결문에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지급하라"는 취지가 명시되어 A씨와 어머니의 개인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막을 수 있다.
"소송 수계 통지를 받았다면 즉시 한정승인을 신청하고, 소송 중에도 한정승인 사실을 항변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이 변호사는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