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27억 편취 깡통전세 사기단, 실형 선고
보증금 27억 편취 깡통전세 사기단, 실형 선고
총책 징역 3년, 관리책 등 4명 실형
조직적인 범행 드러나

전세사기 / 연합뉴스
인천 지역에서 전세 세입자 23명으로부터 보증금 27억 원을 가로챈 전세 사기단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20대 사회 초년생 박 모 씨에게는 전세 계약서에 서명하던 순간이 평생 잊히지 않는 순간이다. 낯선 도시에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한다는 설렘도 잠시, 그가 계약한 빌라는 전세 사기단의 치밀한 범행에 이용된 ‘깡통주택’이었다.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의 합이 주택의 실제 거래가를 훌쩍 뛰어넘는, 그야말로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한 위험천만한 주택이었다.
이 사건은 박 씨와 같이 보금자리를 찾던 서민과 청년 23명에게 총 27억 원의 피해를 입힌 조직적 사기 범행이다. 주택의 명의는 이른바 ‘바지임대인’에게 넘겨져 마치 안전한 거래인 것처럼 위장됐고, 이 과정에서 중개보조원들까지 가담했다.
이들은 2021년 11월부터 1년간 치밀하게 역할을 분담하며 범행을 이어갔다.
조직의 덫, '깡통주택'의 민낯
법정에 선 이들은 총책 A(56) 씨와 관리책 B(28) 씨 등 총 6명이다. 이들은 단순 사기가 아닌, 주거 불안을 이용한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을 반복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이나 청년의 삶의 기반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규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이들의 수법은 충격적이다. 담보가치가 거의 없는 빌라를 헐값에 사들인 후,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높게 책정해 세입자를 유인했다.
이렇게 편취한 보증금은 조직원들의 주머니로 들어갔고, 피해자들은 하루아침에 전세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재판부의 판결, 그리고 남겨진 숙제
재판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총책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고, 관리책 B 씨 등 3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서 3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중개보조원 2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내려졌다.
다만, 피해자 23명 중 15명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은 사실이 양형에 참작됐다. 재판부는 나머지 피해자들 역시 피해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일부에서는 27억 원이라는 막대한 피해 규모와 조직적 범행의 심각성에 비해 형량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보다 낮은 형량은 사회적 공분에 비해 아쉽다는 목소리다.
이번 사건은 전세 계약 시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확인하고,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동시에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 구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