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신체 접촉 없는 위협도 폭행일까? "때려봐" 소리치자 뒷걸음질 치다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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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신체 접촉 없는 위협도 폭행일까? "때려봐" 소리치자 뒷걸음질 치다 사망

2026. 03. 30 11:34 작성2026. 03. 31 08: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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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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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신체 접촉 없는 위협에 무죄 선고

폭행과 사망의 인과관계 및 예견가능성 인정 기준 제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23년 3월 광주의 한 병원 병실에서 입원 환자인 A씨와 B씨 사이에 공용 화장실 사용 문제로 다툼이 발생했다.


다툼 과정에서 A씨가 뒷짐을 진 채 고개를 들이밀며 때려 보라고 소리쳤고, 이에 놀란 88세의 B씨는 뒷걸음질을 치다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


B씨는 급성 경막하 출혈 등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뇌간 압박으로 사망했다.


이에 검찰은 A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했으나,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신체적 접촉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넘어져 사망한 경우에도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다.



신체 접촉 없는 행동도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물리적 접촉이 없어도 폭행죄가 성립할 수는 있지만, 이 사건에서 법원은 A씨의 행동을 폭행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은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다만 법원은 특정 행위가 불법한 유형력 행사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행위의 목적과 의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사건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면, A씨와 B씨 사이에는 1미터 이상의 거리가 있었고, 그 사이에는 요양보호사가 서서 다툼을 말리고 있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머리로 B씨를 가격하려 한 것이 아니라, B씨의 욕설에 대항하여 때려 보라는 취지로 머리를 내민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폭행이란 상해 결과가 생길 위험성이 있거나 신체적·생리적 고통이나 불쾌감을 야기할 만한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양측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법원은 그러한 위험성 자체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폭행치사죄가 성립하기 위한 법적 요건은 무엇인가?

설령 A씨가 고개를 들이민 행위를 폭행으로 간주하더라도, 결과적 가중범인 폭행치사죄가 인정되려면 폭행 행위의 존재만으로는 부족하고,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및 가해자의 사망 예견 가능성까지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한다.


대법원 90도1596 판결 등에 기초하여 법원이 제시한 폭행치사죄의 주요 성립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폭행 행위의 존재로서, 피해자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어야 한다.


둘째, 사망 결과의 발생으로서, 폭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러야 한다.


셋째, 인과관계 및 예견 가능성으로서, 폭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며, 폭행의 정도와 피해자의 대응 상태 등 구체적 상황을 살펴볼 때 가해자가 사망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요건들에 비추어 사건을 검토한 결과, 제3자인 요양보호사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1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 머리를 들이민 행위만으로 피해자가 스스로 넘어져 사망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즉, 통상적인 일반인의 입장에서 도저히 예견하기 어려운 결과이므로, A씨에게는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가해자의 다소 위협적인 언행이 있었더라도, 물리적 접촉이 차단된 상황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사망 결과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무제한으로 확장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해 준다.


고령의 환자 사이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이지만, 범죄 성립을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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