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성범죄 피해 출산' 숨긴 아내... 대법원 "혼인 취소 사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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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성범죄 피해 출산' 숨긴 아내... 대법원 "혼인 취소 사유 안 돼"

2026. 04. 21 09:30 작성2026. 04. 21 10:32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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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이삿짐 정리 중 아내의 과거 출산 기록 발견

아내 "성범죄 피해 출산, 고통스러워 말 못 했다" 고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과거 성폭력 피해로 인한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아내를 상대로 혼인 취소가 가능한지에 대한 사연이 소개됐다.


중견기업 회계팀 과장으로 근무 중인 남편 A씨는 최근 이사를 준비하다가 아내의 짐 가방에서 갓난아기 사진과 출생신고 서류를 발견했다. 서류상 어머니는 현재의 아내였다.


충격에 빠진 A씨가 사실을 묻자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과거를 고백했다. 아내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는 스무 살 무렵 성폭력 피해를 입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고, 출산 후 아이를 입양 보냈다.


아내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기억이라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A씨는 아내의 아픔은 이해하지만, 중대한 과거를 숨겼다는 배신감에 혼인 취소가 가능한지 법적 조언을 구했다.



‘사기에 의한 혼인 취소’ 성립 요건은

우리 민법 제816조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혼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기’란 상대방이 혼인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속였거나, 마땅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을 때 인정된다.


단순히 과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며, 만약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만큼의 중대성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성범죄 피해 출산은 내밀한 사생활 영역”

이와 관련해 유사한 사건을 맡은 대법원은 과거 성폭력 피해로 인한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혼인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로 인한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매우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를 배우자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법적·사회적 고지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과거에 정상적인 혼인 경력이 있었거나 사실혼 관계에서 아이를 출산한 사실을 숨긴 경우는 이번 사례와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혼인 취소 시 재산 분할과 위자료 인정 범위

혼인 취소가 결정되더라도 부부 관계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김나희 변호사는 “우리 법은 혼인 취소의 경우에도 이혼과 마찬가지로 재산 분할 규정을 준용한다”라며 “결혼 생활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있다면 기여도에 따라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위자료 역시 청구는 가능하지만, 인정 여부는 신중히 판단된다.


김 변호사는 “배우자가 중요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속여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면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으나, 이번 사안처럼 범죄 피해 사실을 단순히 고지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위자료 사유가 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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