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2심 무죄…1심 뒤집혔어도 역공은 쉽지 않다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2심 무죄…1심 뒤집혔어도 역공은 쉽지 않다
재판부 "기억 왜곡 가능성, 포옹 강도 불명확"
피해자 측 "개탄스러운 판결"

2017년 여성 연습단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우 오영수(81)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오징어 게임'의 '깐부 할아버지' 배우 오영수(81) 씨가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7년 여성 단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판결이 파기된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곽형섭 부장판사)는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개탄스러운 판결"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2심 재판부 "의심은 들지만, 확신할 수 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유죄 판단 근거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약 6개월이 지나 상담을 받고, 피고인에게 사과를 요구해 받아낸 점 등을 보면 강제추행 의심은 든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심 유죄의 핵심 증거였던 '사과 메시지'도 다르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오징어 게임으로 인기를 얻던 상황에서, 성범죄 의혹만으로도 작품에 타격이 불가피하기에 사실관계를 따지기보다 먼저 사과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 행위가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평소보다 더 힘을 줘 껴안았다"는 피해자 주장에 대해, "예의상 포옹한 강도와 얼마나 다른지 명확하게 비춰지지 않아 포옹 강도만으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볼 입맞춤'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할 만한 수사가 이뤄진 게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항소심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적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유죄가 2심 무죄로⋯드문 일이지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1심 재판부가 증인을 직접 심문한 경우, 항소심은 그 진술의 신빙성 판단을 함부로 뒤집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증거 검토를 재평가한 결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판단하면 무죄로 뒤집힐 수 있다.
과거 다른 강제추행 사건들에서도 1심 유죄가 2심에서 무죄로 변경된 사례들이 존재한다. CCTV 영상만으로는 추행을 단정하기 어렵거나(서울동부지법 2019노622 판결), 피해자의 묵시적 동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대전지법 2019노1549 판결), 혹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자체를 믿기 어려운 경우(서울고법 2018노2155 판결) 등이다.
이번 사건 역시 1심과 달리 2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오영수의 역공, 가능할까
오씨는 "현명한 판결"이라며 재판부에 감사를 표했다. 반면 피해자 측은 "사법부가 부끄러운 선고를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무죄가 확정될 경우, 오씨 측이 기소 이후 중단된 광고나 취소된 공연 캐스팅 등에 대해 역소송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는 사실상 어렵다. 형사상 무죄가 곧바로 민사상 책임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의 무죄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증거 부족)를 의미하는 것이지, "그런 행위가 아예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광고주나 공연 제작사가 계약을 해지한 시점은 오씨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였으므로, 당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광고나 출연 계약서에는 통상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를 계약 해지 사유로 명시한다. 오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 자체가 이 조항에 해당하므로,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이미 발생한 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고소 역시 성립 가능성이 낮다. 항소심 무죄는 "증거 부족"을 의미할 뿐 "피해자 주장이 허위"라는 의미는 아니며, 피해자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고의로 신고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