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로 코로나 막을 수 있을까요?⋯방역의 무법지대 '흡연구역'
'권고'로 코로나 막을 수 있을까요?⋯방역의 무법지대 '흡연구역'
마스크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공간인 '흡연구역'⋯방역 조치의 빈틈
2m 간격 유지⋅흡연 전후 마스크 착용 권고⋯지켜지지 않는 경우 많아
인천시 감염병관리과 관계자 "방역수칙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 부과 등 제재 못 해"

정부가 아무리 방역수칙을 강화해도 예외를 적용받는 곳이 있다. 일명 방역의 '치외법권' 흡연구역이다. /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아무리 격상돼도 끄떡없는 치외법권 지대가 한 곳 있다. '흡연구역'이다. 입으로 담배를 빨아들이고, 코로 연기를 내쉬어야 하는 흡연의 특성상 이 구역에 모인 흡연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법 위반은 아니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동한 행정명령상 흡연구역은 '마스크 예외구역'이다. 예외를 규정하면서 몇 가지 방역수칙을 공고하긴 했다. 흡연 시 △다른 사람과 2m 간격을 유지하고 △대화를 하지 않으며 △흡연 전후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흡연구역 면적 대비 몰리는 흡연자 숫자가 현저히 많기 때문이다. 방역수칙이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왜 제재를 하지 않는지 로톡뉴스가 확인해봤다.
인천시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29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인정했다.

Q. 흡연구역에서의 방역수칙은 어떻게 정해졌나?
"지난 8월 전후로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서 전국 17개 시도에 마스크 의무화 착용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 흡연구역에서도 해당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Q. 흡연구역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맞나?
"그렇다. 흡연은 마스크 착용의 예외사항이다. 하지만 흡연을 할 때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를 두고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흡연 전·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한다."
Q. 흡연이 예외 사항인 이유는 무엇인가.
"방대본에서 담배를 기호식품으로 분류해 (음식물 섭취에 해당하는) 흡연은 예외로 적용했다."
Q. 흡연구역에서 방역수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고 권고 사항인가?
"권고 사항이다. (수칙을 어겨도) 어떤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권고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외사항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Q. 실제 흡연구역에서 이 권고 사항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지자체 차원의 관련 대책 있나?
"(잘 지켜지지 않는 것) 맞다. 하지만 흡연에 대해서는 따로 대책 마련을 하고 있지 않다. (이는 인천뿐만 아니라) 방대본에서 전국 공통 사안으로 내린 지침이라 그렇다."
Q. 단계가 2.5단계에서 내려가거나 올라가도 이 방역 수칙 내용은 동일한가?
"그렇다. 방대본에서 따로 지침이 내려오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보면 된다."
종합해보면 흡연구역에서의 방역수칙은 △권고사항이다. 즉,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수칙을 어겼을 때 △과태료나 형사처벌과 같은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사실상 방역의 '무법지대'인 셈이다.
변호사도 흡역구역에서 방역수칙을 어긴 행위를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처벌을 하려면 법률에 근거 조항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폭행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이유는 형법에 관련 규정이 있어서다.
법률자문

법무법인(유) 에이스의 옥민석 변호사는 "흡연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방역수칙을 지키라는) 권고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이상의 제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도 "흡연구역에서의 방역수칙 위반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증진법 또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 조항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설령 법에 근거를 마련해 처벌이 가능해져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지 변호사는 "흡연구역에서의 방역수칙 위반을 단속하게 된다면 식당 등 음식물을 섭취하는 곳에서의 방역수칙 위반에 대해서도 강한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향후 형평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같은 식품인데 음식을 먹는 것은 제재하지 않고 기호식품인 담배를 피우는 것만 단속할 수 없다는 취지다. 즉, 제재할 거라면 동시에 해야 한다.
결국 현실적으로 흡연자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방법이 최선인 상황이다.
지 변호사는 "코로나19 전염의 위험 때문에 흡연구역을 폐쇄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 여전히 흡연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개인이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