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맞고 일주일 후 사망… 법원 "숨은 병 악화시킨 책임, 국가에 있다"
코로나 백신 맞고 일주일 후 사망… 법원 "숨은 병 악화시킨 책임, 국가에 있다"
기저질환 악화 가능성 인정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뇌출혈로 숨진 시민에 대해, 법원이 국가 보상 책임을 인정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뇌출혈로 숨진 시민에게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백신이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기저질환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했다.
시민 A씨는 2021년 12월 28일, 화이자 백신을 맞은 지 불과 2시간 만에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두개내출혈(뇌출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전까지 건강했던 A씨는 쓰러진 뒤에야 뇌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는 희소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A씨는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뒤인 이듬해 1월 4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질병청은 "사망의 직접 원인은 두개내출혈이며,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의학적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상을 거부했다. 결국 유족은 정부를 상대로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학적으로 명확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여러 사정을 종합해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면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상당한 인과관계' 법리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발열이나 혈압 상승 같은 반응이 A씨의 뇌 혈류량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잠재해 있던 모야모야병이 악화돼 뇌출혈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코로나19 백신이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모든 부작용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 증명의 책임을 전적으로 피해자에게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이 모야모야병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추론이 의학적, 경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질병관리청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