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에게 건넨 커피 50잔이 뇌물? 김영란법 걸고넘어져도 "문제없다"
소방관에게 건넨 커피 50잔이 뇌물? 김영란법 걸고넘어져도 "문제없다"
변호사 "청탁금지법 위반 아니다"

동네 소방관에게 커피 50잔을 건넨 식당 주인이 부정청탁 의혹 민원을 받았다. 소방 당국은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며 종결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10월, 평소 고생하는 동네 소방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커피 50잔을 전달했다. 하지만 4개월 뒤, 그에게 돌아온 건 따뜻한 감사 인사가 아닌 차가운 민원 통보였다. 누군가 국민신문고에 A씨의 선행을 부정청탁 의혹으로 신고한 것이다.
A씨는 "응원과 선행이 민원 같은 행정절차로 돌아온다면 누가 나서서 감사 인사를 전하려 하겠나"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과연 A씨의 커피 50잔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일까? 그리고 선의를 민원으로 둔갑시킨 신고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 법조계의 시각으로 따져봤다.
커피 50잔, 정말 김영란법 위반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A씨의 행동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소위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이나 선물 등은 허용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커피 기부에 대해 두 가지 이유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첫째, 직무 관련성이 없다. A씨는 특정 소방관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거나 청탁을 하기 위해 커피를 준 것이 아니다. 단순히 소방관이라는 직업군 전체에 대한 감사 표시였을 뿐이다.
둘째,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다. 설령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끼워 맞춰도, 커피 50잔은 소방서 전체 인원이 나눠 마시는 것이므로 1인당 수령액은 5,000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정한 선물 허용 가액(5만 원) 한참 아래다. 게다가 시민이 자발적으로 건네는 격려품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다.
결국 소방 당국도 이 사안을 '처벌 대상 아님'으로 결론 내리고 종결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조사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소방관들은 커피 한 잔 마음 편히 마실 수 없는 현실에 씁쓸해했다.
'아니면 말고' 식 민원, 처벌 못 하나
A씨를 힘들게 만든 건 익명의 신고자다. 선의를 왜곡하여 무분별하게 민원을 제기한 이 사람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자가 "A씨가 뇌물을 줬다"고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커피를 줬는데 이거 법 위반 아니냐"고 물어본 수준이라면 무고죄 적용이 어렵다. 법률적 판단을 잘못했을 뿐, 사실관계 자체를 속인 건 아니기 때문이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까다롭다. 민원 제기는 국민의 권리이므로, 신고자가 악의적으로 A씨를 괴롭히려고 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묻기 힘들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차가운 민원 서류가 되어 돌아온 이번 사건. 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나눔의 온기를 지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