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하더니 메신저 감시? 중국 '사적 음란물 규제'에 민심 폭발
출산 장려하더니 메신저 감시? 중국 '사적 음란물 규제'에 민심 폭발
내년부터 부부·연인 간 1:1 음란물 전송도 처벌 대상 포함

사적 채팅까지 구금하는 중국의 과도한 '성 규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내년부터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부부나 연인 등 사적인 관계에서 음란물을 전송하기만 해도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중국 당국이 미성년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온라인상 음란물 유포 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지만, 개인의 사생활까지 국가가 통제하려 한다는 민심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특히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자며 출산율 제고를 독려하는 국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남방일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온라인상 음란물 유포를 친구나 지인 간에도 금지하는 개정 '치안관리처벌법'을 2026년 1월 1일부터 전격 시행한다. 지난 6월 개정된 이 법의 핵심은 인터넷이나 전화, 기타 통신 수단을 이용해 선정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기존 규제와 달리 수백 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뿐만 아니라 일대일 개인 채팅까지 규제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 가장 큰 갈등 요소다.
"출산은 하라면서 메신저는 감시?" 폭발하는 중국 민심
해당 법이 시행되면 범죄 행위가 확인될 경우 10일에서 15일간 구금될 수 있으며, 최대 5,000위안(약 104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사안이 가벼운 경우에도 최대 5일의 구금이나 1,000~3,000위안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중국 당국은 미성년자 연루 성범죄 방지를 위한 조처라고 항변하지만, 법조계와 시민 사회의 시각은 냉담하다. 산시성 헝다법률사무소 자오량산 변호사는 친구는 물론 부부나 연인 간의 사적 교류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개정법의 가장 심각한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비판 여론은 관영 매체에서도 터져 나왔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부부나 연인 사이의 애정 어린 메시지를 음란물 유포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성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도 규제하면서 어떻게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부부간의 사례를 조사해 처벌한 적은 없다"라고 해명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한국 법원은 '공연성' 주목... 사적 대화는 국가 개입 최소화
중국이 사생활의 영역까지 형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과 달리, 한국 법체계는 '공연성'이라는 요건을 통해 국가의 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한국 형법 제243조(음화반포등)는 음란한 물건을 '공연히' 전시하거나 상영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공연히'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외부로 전파될 가능성이 없는 부부나 연인 간의 1:1 전송은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6도3119 판결) 역시 "음란성에 관한 논의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과 깊이 연관된 문제이기에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적절한 분야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또한 음란 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 역시 '배포'나 '공공연한 전시'를 요건으로 한다. 인천지방법원(2021. 1. 15. 선고 2020노2771 판결)은 특정인에게 유포되었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다시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미성년자 보호 명분 좋지만... '과잉 규제' 논란은 피할 수 없어
법조계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과잉 규제'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분석한다. 미성년자 보호라는 입법 목적은 정당할지라도, 성인 간의 내밀한 사적 영역까지 국가가 감시하고 구금형에 처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의 수단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한국 법원(의정부지방법원 2019노1210 판결)이 음란물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성년자 보호와 성인의 원하지 않는 음란물 접촉 방지에 중점을 두는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중국의 새로운 치안관리처벌법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개인의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를 희생시킨 사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한국 법원(서울남부지방법원 2018고단3643 판결)은 기술적 한계 내에서의 주의 의무만을 부과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반면, 중국의 이번 법안은 메신저 기업들에 더욱 강력한 검열 시스템 도입을 압박하는 기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