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 불행은 엄마 때문" 15년간 치매 수발들다 90대 노모 때려죽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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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 불행은 엄마 때문" 15년간 치매 수발들다 90대 노모 때려죽인 아들

2021. 03. 22 11:14 작성2021. 03. 22 18:43 수정
김재희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za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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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지 32년 만에 함께 살게 됐지만⋯6년 만에 치매 수발들게 됐다

분노와 원망으로 시작된 폭행⋯결국 살인에 이르렀다

재판부 "사정 알지만 반인륜 범죄" 징역 12년 선고

치매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 그의 일기장에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환갑이 넘은 아들은 15년 넘게 자신이 모시던 어머니를 때려죽였다. 함께 살던 21년 중 15년을 치매 걸린 어머니를 수발했던 아들이었다. 그런 '효자'도 마지막엔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를 "저X"이라 불렀다.


"저X 연기하는 거다. 엄마는 죽어도 돼. 내가 때렸으니까 신고해."


사실 아들 A씨에게는 어머니와의 추억이 별로 없었다. 7살에 헤어진 어머니와 함께 산 건 자신이 40살이 다 됐을 때였다. 고아원에 보내진 뒤 어머니가 다시 오기만을 고대했던 기대감은 이미 퇴색된 지 오래였다. 그렇게 30여년의 세월이 지난 뒤 같이 살게 됐지만, 공백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더욱이 어머니는 곧 치매 판정을 받았고 그 후 혼자 어머니 간병을 견뎠다.


오랜 간병에 견디다 못한 아들은 어머니에게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


7살에 헤어진 엄마를 39살에 만났지만 치매 수발을 들어야 했다

약 50년 전 이들은 헤어진 사이였다. 지난 1967년 어머니 B씨는 남편이 죽자 A씨와 A씨 동생을 고아원에 보냈다. 당시 A씨는 고작 7살. 그리고 이로부터 32년 뒤 A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40대였던 어머니는 70살이 넘은 노인이 돼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가족의 단란함'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같이 살게 된 지 6년 만에 어머니 B씨가 치매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이때부터 오롯이 혼자 노모를 모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자라면서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도 못했는데 아픈 어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아들 A씨의 원망스러운 감정은 일기장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가족에 속하면서 나는 단 한 번이라도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다."


"(어머니는) 자기 아버지한테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자식들은, 왜 엄마의 사랑을 아직도 못 느낄까."


원망은 폭행을 불렀고, 폭행은 사망을 불렀다

치매 노모를 봉양하는 기간이 10년이 넘어가자 A씨의 원망은 폭행으로 표출됐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는 어머니 B씨에게 A씨도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 처음엔 한두 대로 시작했지만, 감정과 원망이 덧붙여져 무차별 폭행으로 번졌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B씨의 부상도 심해졌다. B씨는 갈비뼈나 손목이 부러지기도 했다. 가족이 A씨를 말릴 때면 그는 자신의 폭행을 정당화했다.


"지금 안 때렸으면 다른 날 때렸을 거야. 후회하지 않아."


그러다 그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어느 날, 막걸리 두 병을 마시고 잠들었다가 새벽 5시 알람을 듣고 깨어났다. 일을 나가기 위해 맞춰두었던 알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일을 나가는 대신 다시 막걸리 병을 들었다. 이 모습을 어머니 B씨가 보았고, 일어나자마자 술을 먹는 아들 A씨에게 욕을 했다.


격분한 A씨는 B씨가 누워있는 안방으로 가 B씨의 왼쪽 뺨을 강하게 때렸다. 그래도 분을 삭이지 못한 A씨는 쓰러져 있던 B씨를 여러 차례 때리고 밟았다. 90세가 넘는 노모가 견디기에는 너무 강한 충격이 계속됐다. 무차별 폭행 이후 A씨는 태연히 편의점으로 향했다. 막걸리를 더 사기 위해서였다.


A씨는 숨이 끊어져 가는 어머니 옆에서 사 온 술을 마셨다. 그렇게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했던 것을 알겠으나⋯어머니 살해는 반인륜적 범죄"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겐 징역 12년형이 선고됐다. 다만 1심 재판을 맡았던 수원지법 제12형사부 재판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는 "치매에 걸린 고령의 어머니를 오랜 기간 돌보면서 쌓인 분노와 원망감 때문에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를 잔인하게 폭행하여 살해하는 행위는 인륜에 반하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유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해자인 어머니와 동거하며 보살폈던 점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판단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의 항소로 이어진 2심에도 징역 12년이었다. 수원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노경필 부장판사)도 "고의로 피해자를 폭행한 것은 아니고, 쌓인 분노 등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살인에 이른 것으로 보이긴 한다"면서도 "사람의 생명은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가장 존엄한 가치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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