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들고 이웃집 쫓아간 50대…재판부도, 주민들도 "그럴 만했다" 판단한 이유
칼 들고 이웃집 쫓아간 50대…재판부도, 주민들도 "그럴 만했다" 판단한 이유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에도 집행유예로 풀려난 50대 남성
이 판결의 속 사정⋯"피해자가 원인 유발"

평소 동네를 돌아다니며 욕설하며 난동을 부려 주민들의 원성을 산 이웃의 집에 흉기를 들고 찾아가 협박한 5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서울 강남구에서 칼을 들고 이웃집을 찾아가 협박한 5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원중 부장판사는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형법상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찾아간 특수주거침입은 5년 이하 징역(제320조), 특수협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제284조)에 처하는 중범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A씨가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 사건 A씨는 지난해 3월 새벽 3시쯤 피해자 B씨 집을 찾아갔다. 그리곤 마당에서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한 번만 더 욕하고 다니면 가만 안 둔다"
이 말과 함께 A씨는 B씨 집 현관문을 칼로 수차례 찔렀다.
알고 보니 이 일이 있기 전에 B씨가 먼저 A씨 집을 찾아가 대문을 발로 차고,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피웠던 상황이었다. 심지어 B씨가 이런 행동을 한 건 처음이 아니었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평소 B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웃집 대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해왔다. 이웃 주민을 상대로 직접 폭력을 행사하거나 차량 번호판을 훼손하는 일도 있었다. 이로 인해 B씨는 재물손괴 등 혐의로 다른 재판에도 넘겨진 상태였다.
이에 이원중 부장판사는 "A씨가 위험한 물건을 들고 B씨 집에 침입하고 협박한 자체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피해자인 B씨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범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내놓은 양형기준에 따르면, 주거침입죄의 경우 피고인 범행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면 특별 감경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협박죄 역시 범행 발생이나 피해 확대에 있어 피해자 측에 상당한 책임이 있으면 감형 요소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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