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검은 연기' 봤는데...차 세워 불 끈 버스기사, '쌩'하고 지나간 경찰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같은 '검은 연기' 봤는데...차 세워 불 끈 버스기사, '쌩'하고 지나간 경찰

2022. 11. 23 15:12 작성2022. 11. 24 09:54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고속도로서 승용차 화재⋯경찰 2명 탄 암행순찰차, 그대로 지나쳐

경찰 측 "미흡한 대처"⋯법적으로 '직무유기' 아닐까

고속도로에서 불이 난 승용차를 보고도 그냥 지나친 암행순찰차. 당시 순찰차에는 경찰 2명이 타고 있었다. 결국 화재 진압에 나선 건 현장을 지나던 버스기사였다. 뒤늦게 경찰 측에서 "미흡한 대처"라고 사과를 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지나친 해당 경찰관들은 '직무유기'가 아닐까. /KBS뉴스 캡처

지난 주말, 충북의 한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승용차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차량에 불이 난 것이었다. 운전자 A씨는 차 밖으로 빠져나와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였다.


그런데 충북경찰청 소속 암행순찰차가 현장을 그대로 지나친 사실이 드러났다. 과속 등을 단속하는 이 차량에는 당시 간부급 경찰 두 명이 타고 있었다. 긴급 출동 상황은 아니었지만, 화재 차량을 무시한 채 지나갔다. 그사이 급한 불길을 잡은 건 현장을 지나던 한 버스 기사. 그는 소화기를 이용해 진화에 나섰다.


이후 경찰 대응에 지적이 일자, 충북 경찰 측은 "112 순찰차가 신고를 받고 오는 중이어서 단속 업무를 하러 현장을 지나친 것 같다"며 미흡한 대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은 연기 등으로 인해 화재 현장이라는 점을 명백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었다.


이런 경우 해당 경찰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경찰의 '직무유기'로 볼 수는 없을지 알아봤다.


"화재사건 처리하라는 지시 무시하고, 일부러 조치하지 않았어야"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해당 경찰들이 직무유기로 처벌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도움이 필요한 시민을 지나쳤기 때문에 경찰의 직무를 다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법적으로 보면 직무유기죄(형법 제122조)가 성립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직무유기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①주관적으로 직무를 저버렸다는 의식을 갖고, ②객관적으로 업무를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단지 일을 게을리하거나, 착각해 실수한 것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현강의 이승우 변호사는 "A씨의 화재사건을 처리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일부러 회피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경찰들의 미흡한 대응이 아쉽지만, 지금 알려진 정황만으로는 직무유기 성립은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현강'의 이승우 변호사, 'LUX 법률사무소'의 김정조 변호사. /로톡DB


LUX 법률사무소의 김정조 변호사 의견 역시 비슷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해당 경찰들이 실제로 112 순찰차 등이 사고 수습을 위해 출동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를 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불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보여도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다면 직무유기죄를 묻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승우 변호사는 "해당 경찰들이 감봉이나 견책 등 내부 징계를 받을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에는 경찰공무원의 직무태만 등에 대한 징계 기준이 규정돼 있다. 이때, 직무태만은 '확인 소홀', '사건 묵살', '지연 처리' 등의 행위를 포함한다. 징계의 경중은 정도에 따라 심하면 파면까지, 경미할 경우 감봉 혹은 견책으로 결정된다.


실제로 경찰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 감찰을 시작했다. 23일 김교태 충북경찰청장은 긴급 회의를 주재해 암행순찰차가 화재 현장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대응하지 않은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해당 경찰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독자와의 약속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