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즐기려 핼러윈에 '이 옷' 입었다간 감옥 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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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즐기려 핼러윈에 '이 옷' 입었다간 감옥 갈 수도 있습니다

2019. 10. 30 15:29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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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핼러윈', 이번 주말 분위기 절정일 듯

살인사건·응급환자 등 '도 넘은' 핼러윈 분장 논란

핼러윈을 맞아 일명 ‘엽기토끼 살인사건’을 재현한 분장에 많은 사람의 비난을 샀다. /인터넷 커뮤니티 '아사모'

핼러윈(Halloween)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미국 축제’로 여겨졌지만 얼마 전부터는 국내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 매년 10월 31일이면 괴물, 마녀, 유령 등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진다. 올해도 핼러윈 당일인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이태원 등에서 거리 퍼레이드도 펼쳐질 예정이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정도가 과한 복장을 입고 나와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는 핼러윈 발생지 미국이 먼저 겪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핼러윈 때 삐에로 분장을 금지한다. 과도한 삐에로 분장이 공포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실제 강력범죄 피해자들을 ‘코스프레'했다가 비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과한 핼러윈 분장을 하고 거리에 나서면 어떻게 될까. 실제 사례로 분석해 봤다.


10월 31일 핼러윈을 맞아 괴물, 마녀, 유령 등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진다. 이중 과한 분장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도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아사모'


사례 1. 살인 사건의 한장면? 도 넘은 핼러윈 분장

지난 2015년 핼러윈(Halloween) 이튿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충격주의’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다. 머리와 발만 나온 채 포대에 담긴 시체였다. 포대 군데군데는 피가 묻은 듯 붉은색을 띄었다. 영락없는 살인사건 현장이었다. 다행히 이 사진은 핼러윈을 맞아 일명 ‘엽기토끼 살인사건’을 재현한 것이라고 밝혀졌다. ‘엽기토끼 살인사건’이란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으로 피해자가 납치됐을 때 범인의 신발장에서 엽기토끼 캐릭터 스티커를 봤다는 데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혐오감 주는 분장은 경범죄 처벌 대상? 변호사도 의견 갈려

이 사진에 대해 사람들은 “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는데” “한심하다”라고 비난의 댓글을 남겼다.


이런 경우 경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의 의견도 분분하다. 2명은 처벌 받을 소지가 있다고 했고 1명은 없다고 했다.


처벌 근거는 경범죄 △제3조 제1항 제19호(불안감조성) △제3조 제2항 제3호(업무방해)다. 정당한 이유없이 타인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어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못된 장난 등으로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각각 10만원 이하의 벌금, 2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진다.


법무법인 비츠로의 송혜미 변호사는 “핼러윈 분장으로 누군가에게 위협을 느낄 만한 행동을 하거나 공포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불안감 조성’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못된 장난 등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방해한 경우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방정환 변호사는 경범죄로 처벌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필적 고의란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그런 행동을 저지르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칼로 사람을 찌르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타인을 찌른 경우다.


방정환 변호사는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피를 흘리는 분장 상태로 갑자기 대로변에 나타나면 사람들이 놀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반면 핼러윈 의상을 처벌할 수 없다는 변호사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테헤란의 임선준 변호사는 “성기, 엉덩이 등을 노출한 경우가 아니라면 경범죄처벌법상으로도 처벌하기 곤란할 것”이라며 “불안감 조성에 대한 조항의 경우에도 의상 외에 혐오감을 주는 행위 등 다양한 요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방해 규정 같은 경우엔 학자들도 많은 비판을 하고 있는 조문”이라며 “의상을 특이하게 입은 것만으로는 못된 장난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업무를 방해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핼러윈은 몇 해 전까지도 생소한 ‘미국 축제’로 여겨졌지만 얼마 전부터는 국내에서도 완전히 자리 잡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사례2. "사람이 피흘리며 쓰러졌어요!" 알고보니 분장한 시민

지난 2015년, 10월 29일 경기도 고양시 대화역. A씨는 지하철을 타려던 중 열차 안 한 남성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환자복을 한 남자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힘 없이 앉아 있었다. 위급한 상황이라 생각한 A씨는 즉시 역 사무실로 달려가 신고했다. 역 관계자들은 환자를 구하기 위해 급하게 출동했다. 그러나 놀랐던 순간도 잠시, 알고보니 이 남성은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분장을 하고 나온 시민이었다.

실제로 경찰이나 구급대원 출동했다면 '업무방해죄' 처벌 대상

이 남성이 타인을 놀라게 할 의도가 있었는지 판단할 수 없지만, 그로 인해 업무 중인 역무원이 출동하게 됐다. 만약 A씨와 역무원이 오인해 경찰이나 119구급대원을 불렀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을까.


방정환 변호사는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방 변호사는 “예를 들어 고의로 영업점의 영업에 장애를 줬다면 경범죄의 업무방해는 물론이고 형법상의 업무방해에도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송혜미 변호사는 “과도한 장난이나 고의적인 행동으로 경찰의 제재등을 방해한 경우는 경범죄 제3조 제2항 제3호(업무방해)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무방해의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한다.


2014년 승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으로 경찰복을 입고 있다. 현재 이 사진은 삭제된 상태다. /승리 인스타그램

핼러윈 분위기 즐기려 ‘이 옷’ 입었다간 큰일

최근엔 경찰, 소방관 등 특정 직업군의 제복을 본따 만든 의상도 쉽게 볼 수 있다. 만약 민간인이 실제 제복이나 군복을 입고 핼러윈 파티에 가면 어떻게 될까. 가수 승리는 핼러윈 파티 때 의상 소품 업체에서 빌린 경찰제복 때문에 경찰제복장비법 위반 여부로 조사를 받은 일이 있었다. 올 초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이 사건은 제복 의상을 착용하는 것이 처벌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에도 경범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해당 조항은 제3조 제1항 제7호(관명사칭 등)다. 자격이 없으면서 법령에 따라 정해진 제복과 훈장 등을 사용하거나 이와 비슷한 것을 사용해도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한다.


송혜미 변호사는 “경찰복은 경찰의 상징이기 때문에 복장 자체로 누군가에게 정신적, 심리적 위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비슷하게 만든 가짜 제복일지라도 상대방이 진짜 제복으로 인식해 행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범죄가 아니라 훨씬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민간인이 경찰 제복이나 군복 착용하는 것을 엄하게 처벌하는 별도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제9조 제2항)과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제9조 제2항)이 그것이다. 각각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한다.


방정환 변호사는 “이 법은 누구든지 경찰이나 군인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며 “처벌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는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엔 문화ㆍ예술활동 등은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규정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코스프레나 핼러윈은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여지며 그 외의 제복은 규율하는 법령이 따로 없어서 해석상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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