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 수사서 드러난 성착취물 소지…대법 “중대 범죄로 본다”
성인물 수사서 드러난 성착취물 소지…대법 “중대 범죄로 본다”
하드디스크 속 성착취물
별건이라도 처벌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대법원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소지 등) 혐의로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한 하드디스크에서 별건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소지 등)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성착취물 파일)까지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증거능력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인물’ 수사 중 ‘아동 성착취물’ 발견…법정 공방의 시작
사건의 발단은 피고인이 P2P 프로그램인 토렌트를 이용해 불법 촬영물을 다운로드하여 소지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에 대한 경찰의 내사였다.
경찰은 피고인의 주소지를 특정하고 2021년 8월 17일 압수수색검증영장(이하 '이 사건 압수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압수영장의 '압수할 물건'에는 '디지털 증거매체에 저장한 전자정보 중 불법촬영물 및 아동성착취물 범죄혐의와 관련된 것'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경찰은 2021년 8월 19일 피고인의 하드디스크를 압수하고, 다음 날 탐색 과정에서 당초 혐의인 불법 촬영물(성인물)뿐만 아니라 성명불상 청소년이 출연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파일 89개(이 사건 각 전자정보)를 추가로 발견했다.
경찰은 이 사건 각 전자정보 소지 범행을 여죄로 인지하고, 이를 포함해 기소했다.
"별개 범죄" 증거능력 부정한 원심
원심인 광주고등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착취물 소지 등) 부분에 대해 이 사건 각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심은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범행이 성폭력처벌법 위반 범행과 입법목적 및 구성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다운로드 시점과 성인 불법 촬영물 다운로드 시점 사이에 약 1년 4개월의 시간적 간격이 있고, 다운로드 수단도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두 범행의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원심은 경찰이 이 사건 압수영장의 혐의사실과 별도로 발견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해 추가 탐색을 중단하지 않고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절차적 위법이 헌법에 규정된 영장주의 또는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긴급 판단: "객관적 관련성 인정"…파기환송 결정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이 사건 각 전자정보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며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영장에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혐의사실과의 객관적·인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범행 동기, 경위, 수단, 방법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법리를 재차 확인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범죄의 속성상 상습성이 의심되거나 성적 기호 또는 경향성의 발현에 따른 일련의 범행으로 의심될 때, 같은 유형의 전자정보는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물소지등)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착취물소지등)은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불법적인 성적 영상물(내밀한 신체가 노출되거나 성관계를 하는 모습 등이 촬영된 것)을 다운로드받는 것으로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두 파일이 같은 하드디스크에 함께 저장되어 있었던 사실에 주목했다.
나아가 피고인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한 행위와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행위는 모두 소지를 개시한 때부터 지배관계가 종료한 때까지 하나의 죄로 평가되는 계속범이며, 범행 방법(인터넷 다운로드 후 하드디스크 보관)이 같고, 성적 영상물을 탐닉하는 피고인의 성적 기호 또는 경향성의 발현으로 이어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 집행 당시까지 알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압수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압수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파일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해당 전자정보가 적법하게 압수된 증거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하며, 디지털 성범죄의 증거 수집 기준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