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압할게" 어머니 지키려 했던 든든한 아들, 우리는 그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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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압할게" 어머니 지키려 했던 든든한 아들, 우리는 그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

2021. 07. 23 16:59 작성2021. 07. 23 17:13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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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학생 살해사건⋯살인범 구속 이후 속속 드러나는 사건 전말은 '참담'

잇따른 협박에 신변보호 요청했지만 결국 참변

비슷한 전과 있었지만⋯법원은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경찰은 방치했다

지난 18일, 한낮에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한 16세 소년. 이 살인 사건은 갑자기 벌어지지 않았다. 범행 전조는 한둘이 아니었다. 법원은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경찰은 방치한 결과였다. 우리는 이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연합뉴스TV⋅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제주에서 16세 소년이 끔찍하게 살해됐다. 지난 18일, 한낮에 자신이 살던 집 안에서였다. 피해자는 발견 당시 청테이프로 손발과 입이 결박된 상태였다. 온몸에는 멍 자국이 가득했다.


이 사건 범인들은 범행 이튿날 붙잡혔고, 지난 21일 구속됐다. 소년의 어머니와 1년여간 동거했던 40대 남성 백씨, 그리고 그의 친구였다. 이들은 "우발적인 살인"을 주장 중이지만, 지금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사건 전말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범죄는 '갑자기' 벌어지지 않았다.


범행 전조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피해자 가족은 백씨의 폭력과 위협에 여러 차례 노출됐다. 그때마다 경찰에 신고했고, 이달 초 신변보호 요청까지 했다.


그러나 인근 파출소에서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 경찰이 설치해둔 CC(폐쇄회로)TV 앞에서 아이는 살해당했다.


5월부터 폭력에 시달렸던 어머니와 아들⋯살해 2주 전부터 위협 수위 높아졌다

피해 모자는 지난 5월부터 폭력에 시달렸고, 위협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다. /연합뉴스TV 캡처⋅편집 = 조소혜 디자이너
피해 모자는 지난 5월부터 폭력에 시달렸고, 위협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다. /연합뉴스TV 캡처⋅편집 = 조소혜 디자이너


한때 같은 집에서 생활했던 백씨와 피해자 모자. 인근 주민과 피해자 지인들에 따르면, 백씨는 같이 지내는 동안 피해자 모자에게 줄곧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경찰에 최초로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 5월. 가정폭력 사건으로 조사가 진행됐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어머니 A씨에 따르면 당시 백씨가 폭력을 휘두르고 떠난 자리, 깨진 TV와 컴퓨터 잔해를 치운건 어린 피해자였다.


당시 피해자는 "(가정폭력) 수사가 진행되면 제출하겠다"며 흩어진 유리 조각 등을 따로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가 백씨의 횡포를 두려워할 때면 "내가 제압하겠다"며 어머니를 안심시키던 아들이었다.


하지만 백씨의 위협은 점점 수위가 높아졌다. 지난 2일, 백씨는 새벽녘 몰래 A씨 집에 침입해 그녀의 목을 조르고 도망쳤다. 하마터면 큰일이 날뻔 했지만, 다행히 A씨는 목숨을 건졌다. 그다음 날엔 A씨 집 가스 배관이 절단돼 있었다. 백씨 짓이라고 생각한 A씨 모자는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위협은 끝날 줄 몰랐다. A씨 모자는 마지막 희망으로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피해자가 사망하기 16일 전의 일이다.


형식적인 신변보호조치는 결국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CCTV는 설치되긴 했으나, 범죄를 막는 데는 무용지물이었다. /JTBC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CCTV는 설치되긴 했으나, 범죄를 막는 데는 무용지물이었다. /JTBC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피해자 모자는 경찰을 믿었다. 경찰은 백씨에게 "A씨 생활권 100m 이내에 접근을 금지"하는 임시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백씨가 이를 지키게끔 강제하는 조치는 부족했다.


백씨가 집 근처에 다가오는지를 감시할 CCTV를 설치해달라는 것과, 위급한 순간에 사용할 스마트워치를 지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제대로 실행하진 않았다.


특히 신변보호자를 위한 스마트워치가 지급되지 않았다. 당초 경찰은 "스마트워치 재고가 부족했었다"고 변명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조사 결과, 해당서에는 2개의 스마트워치 여분이 있었다.


CCTV는 설치되긴 했으나, 범죄를 막는 데는 무용지물이었다. 단순 '기록용'이었기 때문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은 이뤄지지 않았다. 백씨는 지난 18일 CCTV 앞을 유유히 지나 A씨 집에 침입했고, 집 안에 홀로 있던 A씨의 아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기록용' CCTV에 따르면, 그들이 피해자 집에 들어간 건 지난 18일 오후 3시 10분쯤이었다. 굳게 잠긴 문대신 그들은 유유히 담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고, 끔찍한 범행이 이뤄졌다. 피해자의 집으로부터 900m 거리에 파출소가 있었지만, 약 7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가 사망한 아들을 발견하기 전까지.


비슷한 전과 있었지만⋯법원은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경찰은 방치했다

피의자 백씨는 이미 유사한 범죄 전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연합뉴스⋅편집 = 조소혜 디자이너


수사당국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피의자 백씨가 이미 유사한 범죄 전력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숨진 아이와 어머니는 백씨의 세 번째 피해자였다.


지난 2003년, 첫 피해자가 있었다. 백씨는 당시 만나던 여성 B씨가 이별 통보를 하자 그 집에 불을 질렀다. 7년 뒤인 2010년, B씨를 다시 찾아가 폭력을 휘두르고 살해 위협을 했다. 이 같은 행위로 백씨가 받은 처벌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었다.


집행유예 기간, 백씨는 또 다른 여성 C씨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이번에도 이별 통보에 대한 보복이었다. 흉기와 끈으로 C씨를 협박한 백씨는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도 무사히 사회로 나온 백씨. 약 10년 만에 또다시 동일한 범행을 저질렀다. 미처 예견할 수 없었던 범죄라기엔, 너무 많은 예고장이 날아온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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