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치켜세우지 말고, "다 해주겠다" 호언장담하지 말고, 이젠 실질적 보상해 줄 때
'덕분에' 치켜세우지 말고, "다 해주겠다" 호언장담하지 말고, 이젠 실질적 보상해 줄 때
72일 연속 근무했지만 월급은 30% 깎여⋯병원 "경영악화로 어쩔 수 없다"
정부 "걱정말라, 지원 아끼지 않겠다" 하지만⋯현장 의료진이 받는 지원은 아냐

'우리의 영웅들'이라고 치켜세우고 "정부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월급이 대폭 깎여나갔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이지현 디자이너
"주말 없이 72일 연속 근무를 했는데, 월급은 30% 정도 깎였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월급이 대폭 깎여나갔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치열하게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이 어쩌다 이런 상황에 처해진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의 영웅들"이라고 치켜세우고 "정부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것과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1월 30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적인 조치를 다 취하고 그에 따른 의료적 비용은 정부가 다 보상하겠다"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진료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의료진의 처우는 '영웅'에 걸맞지 않다. 노동 시간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길지만, 월급은 밀리거나 깎여나갔다.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감염 전문 간호사는 72일 연속 근무를 했지만, 통장에 찍힌 월급은 평소보다 30%가 줄어 있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적금을 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영웅들에 대한 형편없는 대우. 그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있을지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병원은 환자 진료비를 비롯해 병원 내 상점과 장례식장 등 부대시설을 운영하며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부대시설은 운영이 최소화됐다. 특히 정부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경우엔 발길이 뚝 끊겼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아예 나 몰라라 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손실보상 개산급 형태로 지난 4월 전담 병원 등에 1020억원을 지급했고, 지난 5월 29일에는 1308억원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개산급이란 어림짐작으로 계산한 액수를 일단 선지급하고 나중에 정확히 계산된 액수를 맞춰나가는 형태의 지급 방식을 말한다.
문제는 이 보상금 계산법에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때문에 공석이 된 병상의 숫자만큼만 손실로 계산했다. 부대시설을 운영하지 못해 생기는 손실은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 병원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생한 손실액의 일부만 지원받은 셈이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적자로 떠안았다. 적자를 본 병원은 소속 의료진의 월급을 깎는 형태로 대응했다. 72일 연속으로 근무하고 월급이 30% 깎인 간호사가 나온 이유다.
정부가 밝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부대시설을 운영하지 못해 발생한 병원 적자'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부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과 다르게 가이드라인은 그렇게 작성됐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오른의 박석주 변호사는 "정부에서는 문서화된 공문 등에 따라 (보상) 기준을 정한 것이고 정해진 범위 내에서 병원에 손실보상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기준을 바꾸지 않는 이상 밀린 급여 등을 별도로 손실보상금 명목으로 지원 요청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도 "보건복지부 장관의 표현도 다소 불명확하고, 해석에 따라 보상요건과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서 손실보상의 청구 근거로 삼기는 쉽지 않다"며 "설령 이 발언이 손실보상의 근거가 된다고 하더라도 보상은 사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진들의 열악한 처우를 당장 개선할 방안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오페스의 송혜미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가 메르스 때보다 진보한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한 만큼 병상 손실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모두 보상해준다면, 의료진들의 사정이 나아질까. 꼭 그렇다고 볼 수 없다. '손실 청구권'은 의료기관에만 있다. 따라서 의료진이 임금체불에 대해 정부로부터 보상받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임원택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 제70조에 따르면 감염병환자, 감염병의사환자 등을 진료한 의료기관의 손실은 반드시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손실보상은 의료기관만 청구할 수 있고, 소속 의사나 간호사는 자격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보상을 받더라도 그 보상금을 반드시 소속의사나 간호사에게 분배하거나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즉, 의료진은 손실보상 청구권이 없기 때문에 임금을 받지 못했어도 보상받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일반 근로자들처럼 의료진이 다시 임금 지급을 청구하거나 노동 관련 기관에 진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박석주 변호사는 "의료진의 월급은 병원과 의료진 사이의 계약 관계로 의료진은 계약에 따라 병원에 월급을 청구할 수 있을 뿐 다른 방법은 없다"며 "노동청에 진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임원택 변호사 또한 "소속 의사나 간호사가 입은 손해는 의료기관을 상대로 다시 청구하거나 노동 기관에 신고해서 구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