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분증 제출 요구 거부에 '현행범 체포'⋯전문가들 "적법한 행위 아니다"
경찰, 신분증 제출 요구 거부에 '현행범 체포'⋯전문가들 "적법한 행위 아니다"
'文대통령 하야 전단' 돌리던 50대 여성, 공공장소 소란으로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 체포
체포 과정에서 휴대전화로 경찰 때렸지만⋯'위법한 체포'로 정당방위 인정될 듯
2011년 대법원도 비슷한 사안에서 '현행범 체포' 엄격한 기준 내세워

신분증 요구에 불응한 50대 여성을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천국사라TV'
"신분증 세 차례 요구했습니다."
경찰의 이 말을 마지막으로 김모(58⋅여)씨의 팔이 꺾였다. 현행범 체포였다. 김씨는 "장을 보러 나와 신분증이 없다"고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주위에서도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러냐?", "여경을 불러 달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지만 공무집행엔 거침이 없었다.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을 보면 경찰이 "현행범 체포하겠습니다"하고 김씨에게 다가가자, 김씨가 휴대전화를 휘둘러 경찰의 머리를 때렸다. 그러자 경찰이 달려들어 바닥에 김씨를 꿇어 앉혔다. 김씨가 일어나려 하자 경찰은 머리를 밀어 일어나지 못 하게 했다. 그리곤 등 뒤에서 수갑을 채웠다. 경찰 여러 명이 동원됐는데, 그중 한 명은 김씨 머리를 자기 다리 사이에 넣어 움직이지 못 하게 했다.
경찰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상 경범죄의 경우 주거지가 분명치 않을 때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다르게 판단했다. "위법한 체포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경찰은 "지하철역 안에서 소란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김씨는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전단을 돌리고 있었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김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이에 김씨는 "(장 보러 가던 길이라) 신분증이 없다"고 했지만, 경찰은 두 차례 더 신분증을 요구했다. 여기에도 김씨가 불응하자 "현행범 체포하겠다"고 고지하고 제압에 들어갔다.
경찰은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주거지가 분명치 않을 때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제시한다. 공공장소에서 소란 행위를 벌인 것은 '①경범죄 위반'이고, 신분증 제출 요구를 세 번 거부한 건 '②주거 부정'이므로, 두 가지를 결합해 현행범 체포를 했다는 논리였다.
경찰은 "신분증 요구뿐만 아니라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도 답하지 않았다"며 "김씨가 체포에 저항하면서 휴대폰으로 경찰관의 머리를 때려 수갑을 채웠다"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형사법 전공)는 "경범죄처벌법 위반만으로는 매우 경미한 범죄"라며 "이 경우 비록 신분증이 없다며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고 해도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없다고 보아 현행범 체포는 위법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성인들이 신분증을 반드시 소지하고 다니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주거가 불분명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경찰의 체포 근거인 '②주거 부정'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도 "신분증을 세 차례 요구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주거부정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창현 교수는 김씨가 체포 과정에서 경찰관의 머리를 때린 행위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체포 자체가 불법이므로 경찰관의 체포행위는 적법하지 않은 공무집행행위"라며 "이에 대해 피의자가 저항하면서 핸드폰으로 머리를 때리는 정도는 불법행위에 대한 저항으로 정당방위에 해당되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류인규 변호사 역시 "현행범인 체포가 위법하다면, 경찰을 때린 것도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없다"며 "애초에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2011년 대법원은 유사한 사건에서 공무집행방해죄를 무죄로 선고했다.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은 B씨가 경찰관에게 욕설하자, 경찰이 "모욕죄로 현행범 체포하겠다"고 한 사건이었다. 경찰관이 B씨 어깨를 붙잡자, B씨가 반항하면서 경찰관을 다치게 했다. 경찰은 B씨를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해도 아니고 공무집행방해죄도 아니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즉시 범인을 체포할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는데 체포한 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그런 과정에서 (경찰관에)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