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늘은 네가 마지막에 내려라" 태권도 관장의 끔찍한 성폭행 지목 방법
[단독] "오늘은 네가 마지막에 내려라" 태권도 관장의 끔찍한 성폭행 지목 방법
前 대한태권도협회 이사의 10년 넘게 감춰져 있던 추악한 범죄
체육계의 폐쇄적이고 특수한 위계 구조⋯미성년 제자들 아무도 반항 못 해
재판부도 이례적으로 '그루밍 성폭행' 인정 "심리적으로 길들었다"
![[단독] "오늘은 네가 마지막에 내려라" 태권도 관장의 끔찍한 성폭행 지목 방법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20-01-29T18.54.53.103_639.jpg?q=80&s=832x832)
직접 승합차를 몰아 학생들을 집까지 데려다줬는데, 마지막 한 명을 빼고 모두 내리면 차는 엉뚱한 곳을 향했다. '마지막 탑승자'들은 그곳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오늘은 네가 마지막에 내려라."
세종시에서 이름난 태권도장. 관장 강모씨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여학생 A씨의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아무런 내색 없이 "네"라고 답했지만, A씨는 강씨에게 '마지막 탑승자'로 지목받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강씨는 직접 승합차를 몰아 학생들을 집까지 데려다줬는데, 마지막 한 명을 빼고 모두 내리면 차는 엉뚱한 곳을 향했다. 주로 야산과 같이 인적 드문 곳이었다. '마지막 탑승자'들은 그곳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A씨는 10년도 넘게 지난 일이지만, 그때 강씨가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 "내가 정력이 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줘라. 어린 여자의 X이 묻으면 성관계가 원활해진단다."
여학생을 골라가며 범죄를 저질렀지만, 피해자들은 아무도 승합차에 혼자 남았던 시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끔찍했던 그 시간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해자들은 늘어갔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A씨는 네 달 동안 9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 태권도 선수를 목표로 했던 그녀의 꿈도 거기서 접혔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태권도장을 운영한 강씨. 학생들이 전국 소년체전을 비롯해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따오며 태권도 지도자로서 자리를 잡았다.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해 교육을 하는 등 대외활동도 활발히 했다.
학생들은 강씨의 교육을 잘 따라왔다. 강씨는 체벌을 할 때면 엉덩이에 피가 날 정도로 혹독했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태권도만 바라보며 묵묵히 배웠다. 성과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 또한 강씨의 도장에 간식과 체육관 비품 등을 제공하며 아이들을 믿고 맡겼다.
강씨의 성폭행은 이런 믿음과 도장의 엄격한 위계질서에 가려져 장기간, 은밀하게 벌어졌다.
강씨는 남녀 원생을 가리지 않고 성적으로 괴롭혔다.
강씨의 도장에 10년 가까이 다닌 남학생에겐 '낭심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옷 속에 손을 넣어 성기를 꼬집었다. 가슴과 등에 손을 넣은 것까지 합치면 1년간 총 96회에 달했다.
여학생들에게도 상습적으로 손을 댔다. 강씨는 "2차 성징이 시작했는지 만져보면 안다"라거나 "여자 몸은 유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렇게 확인해야 한다"며 여학생들의 옷 속에 손을 넣고 중요 부위를 만졌다. 옷을 벗고 누우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탈의실에선 체중을 잰다는 핑계로 옷을 벗기는 일도 있었다.

강씨는 대한태권도협회 임원까지 역임한 업계 권위자였다. 국가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에 오른 적도 있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강씨는 대한태권도협회 임원까지 역임한 업계 권위자였다. 국가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에 오른 적도 있었다.
그런 화려함 뒤에 '연쇄 성범죄'가 감춰져 있었다. 성폭행을 당한 학생들은 태권도를 그만두는 등 고통을 당했다. 승합차에서 성폭행을 당한 A씨도 그런 경우다. 폭로에 나선 한 피해자는 지금도 승합차만 보면 숨을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재판에 넘겨진 강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강씨의 부인까지 나서서 학생들이 남편을 좋아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동조했다. 그 증거로 피해자 중 한 명이 강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내놨다.
메시지는 "사랑해요", "원장님이 최고의 스승이에요", "얼른 뵙고 싶어요"와 같은 내용이었다. 강씨는 성폭행 당한 피해자들이 보낼 만한 메시지가 아니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나 강씨 측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태권도장을 한 번 그만뒀다가 다시 등록하기도 했다"며 "성폭행을 당한 사람이 다시 학원에 올리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변론을 펼쳤다.
재판에서도 '피해자들이 강씨를 왜 피하지 않고 그렇게까지 순종적이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그루밍(grooming)'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정신과 전문가들이 "피해자들은 강씨에게 (상당히) 의존적인 관계였다"고 진단한 자료가 근거였다.
그루밍의 사전적 의미는 '몸치장하다'지만, 최근에는 권력 등을 이용해 상대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행위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 빠진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폭력을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창경 부장판사)는 "피고인 강씨의 지도를 받는 피해자들은 (강씨에게) 많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여있었다"며 "의존적인 관계"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그루밍' 상태였다는 점을 두 번이나 언급했다. 피해자들이 성폭행에 반항하지 못한 특수한 심리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강씨가 증거로 내놓은 메시지에 대해서도 "해당 문자는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결국 강씨는 지난 17일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현재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강씨는 최근 2심 재판을 받겠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