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수능을 앞둔 고3이라도 '이런' 경고문은 곤란합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아무리 수능을 앞둔 고3이라도 '이런' 경고문은 곤란합니다

2020. 11. 26 20:07 작성2020. 11. 27 16:23 수정
정원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wi.jung@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엘리베이터에 공개적으로 붙여 둔 경고문⋯내용은 경멸적 표현 가득

모욕죄로 볼 수 있을까⋯변호사들과 알아봤다

이웃의 인테리어 시공 소리를 비난하는 경고문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정당한 항의의 글로서 볼 수 있었지만, 내용은 욕설과 경멸적 표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고등학교 생활의 마지막 관문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고3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다.


그래서였을까. 수능을 앞둔 학생으로 추정되는 A군이 이웃의 인테리어 시공 소리를 비난하는 '경고장'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경고문의 내용에 있었다.


경고문의 제목은 "수능 D-8인데 2주째 드릴 소리 내는 가정교육 못 받은 무뇌들".


내용은 "니 부모 수가 홀수 아닌 걸 증명하듯 (소음이) 그만 들렸으면 좋겠다"거나 "니 자식이 나중에 식물인간 판정받을지도 몰라", "나이 다 X먹은 XX 훈계하기 나도 싫어요" 등의 욕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웃의 인테리어 시공 소리를 비난하는 경고문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캡처
이웃의 인테리어 시공 소리를 비난하는 경고문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 캡처


다른 주민들에게도 고스란히 노출된 이 경고문은 급기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공유되며 여러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A군에 대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냐는 반응들도 여럿 나오며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A군에게 법적인 책임까지 물 수 있을까. 변호사들과 함께 알아봤다.


경멸적 표현과 공연성은 성립⋯특정성 인정되면 모욕죄에 해당

사건을 본 변호사들은 A군에게 '모욕죄'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단, 조건이 있었다.


모욕죄가 성립되려면 ①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경멸적인 표현을 ②다수 앞에서 공개적으로 ③특정 인물을 향해서 했다는 점이 모두 인정돼야만 성립한다.


이 사건의 경우 경고문에 심한 욕설을 담아(①)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1층에(②) 게시했다는 점에서 일단 두 가지는 성립 한다. 그러나 특정성(③)의 경우는 애매하다. A군이 구체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집이 어딘지는 언급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특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구체적인 주소를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그렇다"고 했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서담의 김의지 변호사,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담의 김의지 변호사,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담의 김의지 변호사는 "특정성이 인정될 여지가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고문에서 제시한 '2주 동안 아침 9시마다 소음이 들렸다'는 정보에 주목했다. 김의지 변호사는 "일정하게 자리 잡고 사는 아파트 내에서 2주 동안 오전 9시마다 소음이 났다면, 다른 사람들도 해당 가구를 특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도 "특정성만 인정되면 모욕죄는 성립한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특정성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었다.


김현중 변호사는 "요즘에는 공사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공지를 붙여놓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공지를 붙였다면 특정성이 인정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공지 없이 공사를 한 경우라면 누구나 모욕의 대상을 특정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모욕죄 된다고 해도 '미성년자' 감안돼 기소유예 예상⋯다만, 민사상 책임은 져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A군은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까. 우리 형법(제311조)은 모욕죄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A군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모욕죄가 인정되더라도 '처벌'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의지 변호사는 "A군이 미성년자인 점을 감안하고 초범이라고 본다면, 기소유예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중 변호사도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형사처벌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소유예로 종결될 것"이라고 했다.


기소유예란 쉽게 말해 "유죄는 맞지만, 이번 한 번은 봐준다"는 것으로 검찰 단계의 '집행유예'로 볼 수 있다.


다만, A군이 미성년자라 할지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기소유예로 끝나더라도 '혐의는 인정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액수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의지 변호사는 "(인테리어 공사를 한 해당 집주인이)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지만, 인정되는 액수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5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현중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민사 소송은 가능하지만 금액은 소액에 그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