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간 대화도 녹음 금지…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본 변호사들 "매우 우려"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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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간 대화도 녹음 금지…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본 변호사들 "매우 우려" 한목소리

2022. 08. 23 19:03 작성2022. 11. 17 17: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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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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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당사자여도 녹음 동의 받아야"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 발의

변호사 "악용이 두려워 녹음 자체를 금지하는 것, 과도한 제한"

앞으로는 녹취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 대화 당사자라고 할지라도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을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기 때문이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소속팀 관계자들의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최 선수의 피해 사실이 세상에 드러난 건 가해자들의 폭언 등이 녹음된 녹취록 덕분이었다. 당시 김규봉 감독 등 가해자들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결국 죗값을 받게 됐다.


그런데 '이 법'이 통과된다면, 앞으로는 녹취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그 법이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대화 참여자가 녹음을 했더라도 상대방 동의가 없다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대화 당사자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윤상현 의원은 "현행법은 사생활 자유,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화 녹음 시 대화 참여자 모두의 동의를 구해야 하도록 개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에 대한 변호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취재에 응한 7명의 변호사 모두는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개정안에 따르면⋯대화 상대방 '모두'의 동의 없이 녹음하면 불법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다른 사람의 허락 없이 대화를 녹음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처벌 수위는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하지만 여기서 대화 당사자 간의 녹음은 예외다.


그런데 개정안은 대화 당사자여도 상대방 동의를 구하고 녹음을 하도록 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 역시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사생활 보호 등의 긍정적인 역할보다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분석했다.


① 범죄 피해 사실, 입증할 방법 줄어들어

우선 CC(폐쇄회로)TV나 목격자 등이 없는 상황에서 범죄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법무법인 새로의 엄진 변호사는 "진실을 밝히는 방안 중 녹음만 한 게 없다"며 "개정안이 통과돼 녹음이 금지된다면, 수사나 재판에서도 증거 부족으로 진실을 가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LUX 법률사무소의 김정조 변호사 역시 "학교폭력 피해자나 성범죄 피해자 등은 피해 상황에 대한 녹취가 유일한 증거일 경우가 많다"며 "범죄 피해를 당하면서 가해자의 동의를 받으라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변호사 의견. /로톡 DB⋅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김 변호사는 "범죄 피해자 등에게는 개정안이 큰 제약이 될 수 있다"며 "이들의 권리를 오히려 침해하는 소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예일중앙의 배중섭 변호사도 "(녹음 등이)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실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재판 등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녹취"라고 했다. 만약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배 변호사는 "일반인들의 경우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의 입장을 보였다.


②개정안 악용하는 가해자 생길 수 있어

개정안이 악용될 우려도 있다고 짚은 변호사도 있다. '오빛나라 법률사무소'의 오빛나라 변호사는 "(개정안대로라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가해자는 피해자의 대화 녹음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렇게 되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또한, 법률 위반을 두려워한 피해자가 녹음하지 못하게 되면 가해자들이 거리낌 없이 범행을 저지를 여지도 있다. 법무법인 대세의 이은율 변호사는 "특히 직장 상사 등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가해자일 경우, 이런 사정을 악용한 범죄가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은율 변호사는 사생활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들의 권익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변호사 의견. /로톡 DB⋅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변호사 의견. /로톡 DB⋅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김경태 변호사 역시 "대화를 녹음한 피해자를 괴롭히려고, 통신비밀보호법을 근거로 맞고소하는 가해자도 나올 수 있다"고 했고, 엄진 변호사도 "자칫 (법이) 범죄자를 옹호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유준의 박지혜 변호사는 "개정안의 취지대로 사생활 침해를 막으려면 녹음을 악용하는 사례를 규제하는 것이 본질을 흐리지 않는 방법"이라며 "악용이 두려워 녹음 자체를 금지하는 건 과도한 제한"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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