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직전 '1억 내놔' 동업자의 배신 계약서 없어도 돈 다 줘야 할까?
오픈 직전 '1억 내놔' 동업자의 배신 계약서 없어도 돈 다 줘야 할까?
가게 오픈 직전 동업자가 1억 원을 요구하며 잠적했다면
투자금 전액을 돌려줄 필요는 없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영업자 A씨의 꿈은 가게 오픈 직전 악몽이 됐다. 함께 집과 가게를 얻어 새 출발을 꿈꿨던 동업자 B씨가 돌연 1억 5백만 원의 투자금 전액 반환을 요구하며 잠적한 것이다.
B씨는 심지어 A씨를 폭행·협박 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계약서 한 장 없이 믿음만으로 시작했던 동업 관계는 그렇게 파국을 맞았다.
'투자금 1억 전액 반환?' 법률가들 "절대 응해선 안 돼"
벼랑 끝에 몰린 A씨, 과연 B씨의 요구대로 투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계약서가 없더라도 함께 돈을 모아 사업을 준비했다면 법적으로 ‘조합’ 관계, 즉 동업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동업은 이익뿐 아니라 손실도 함께 책임지는 구조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상대방의 전액 반환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고,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 역시 “사업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 손해도 각자의 투자 비율에 따라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B씨는 가게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등 이미 지출된 비용과 사업 무산에 따른 손해를 정산한 금액만 요구할 수 있을 뿐,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을 권리는 없다는 분석이다.
엎친데 덮친 '형사 고소'…진짜 목적은 돈?
A씨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문제는 B씨가 제기한 형사 고소다.
전문가들은 B씨의 고소가 투자금 반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A씨가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점에 주목하며 “실제 물리적 행위가 없었다면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무죄 또는 불송치(혐의가 없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는 결정)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동업자가 자의적으로 사업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질문자는 단독으로라도 영업을 개시할 권리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섣불리 가게를 열기보다 민사소송 등을 통해 동업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감정은 금물, '내용증명'으로 반격 시작해야
장밋빛 꿈이 가시밭길이 된 지금, A씨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닌 냉정한 법적 절차다. 전문가들이 첫 단추로 꼽는 것은 ‘내용증명’ 발송이다.
내용증명을 통해 동업 관계 해지와 정산을 공식적으로 통보해야 향후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상대의 장기간 연락두절과 업무 불참은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카카오톡 대화, 계좌이체 내역, 공사비 지출 증빙 등 모든 자료를 꼼꼼히 정리해야 한다. A씨가 혼자 부담한 아파트 월세와 관리비 역시 B씨에게 청구할 수 있는 비용(구상권)이다.
배신감에 앞서 차분히 증거를 모으고 법의 문을 두드리는 것만이 악몽에서 벗어날 유일한 출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