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천원 후원했는데 전과자?...'미성년자 성착취' BJ 방송 시청자들도 공범 된 이유
단돈 1천원 후원했는데 전과자?...'미성년자 성착취' BJ 방송 시청자들도 공범 된 이유
BJ, 미성년자에게 성적 행위 룰렛 돌려
시청자 161명 '방조범' 검찰 송치

미성년자 성착취 방송에 후원금을 보낸 시청자 161명이 ‘제작 방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소액 후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경찰서에서 날아온 출석 요구서를 받고 눈을 의심했다. 죄명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방조'. 기억을 더듬어보니 몇 달 전, 평소 즐겨보던 인터넷 방송 BJ에게 소액의 후원금을 보낸 일이 떠올랐다. 당시 방송엔 앳된 소년이 등장해 시키는 대로 벌칙을 수행하고 있었다.
경찰은 A씨를 포함해 해당 방송에 후원금을 보낸 시청자 161명을 검찰에 넘겼다. 이들이 낸 돈이 성착취물 제작의 직접적인 동력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26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과 법적 쟁점을 다뤘다. 방송에 출연한 김상민 변호사(로엘 법무법인)가 시청자들의 행위가 왜 단순 후원이 아닌 범죄 방조가 되는지 조목조목 짚었다.
후원금 터지면 룰렛 돌린다... 시청자가 범죄 스위치 눌렀다
사건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BJ 8명이 오피스텔에 모여 미성년자 B군을 출연시킨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방식은 악랄했다. 시청자들이 후원금을 보내면 금액에 따라 성적 행위가 적힌 룰렛을 돌렸고, B군은 그 결과에 따라 벌칙을 수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B군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 경찰은 방송을 주도한 BJ들을 구속하거나 입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갑을 연 시청자들에게까지 수사 칼날을 겨눴다.
김상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시청자들에게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는 점"이라며 "후원금이 없었다면 성적 행위를 결정하는 룰렛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시청자들의 후원이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범죄를 실행하게 만드는 결정적 도구이자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시청자들이 벌칙 내용을 알면서도 돈을 보냈으므로, 범죄를 돕는다는 방조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몰랐다" 발뺌? N번방 때도 안 통했다
"방송 내용을 제대로 안 봤다", "습관적으로 후원했을 뿐이다"라는 주장은 법정에서 통할까. 김 변호사는 "단순히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수사기관은 후원 시점과 당시 방송 상황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예를 들어 BJ가 "룰렛 돌리겠습니다"라고 예고하거나 구체적인 벌칙을 언급한 직후 후원금이 입금됐다면, 내용을 인지하고 돈을 보낸 것으로 간주한다.
김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각 후원자별로 후원 시점, 평소 패턴 등을 따져 미필적 고의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과거 'N번방'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에도 주범의 지시에 따라 특정 검색어를 순위에 올린 참여자들이 공범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1000원도 유죄... "금액은 양형 참고일 뿐"
주목할 점은 후원 금액이다. 검찰에 송치된 시청자 중에는 수백만 원을 낸 큰손도 있지만, 단돈 1천 원을 보낸 이들도 포함됐다.
김 변호사는 "혐의 적용에 있어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1천 원이라도 범죄 실행 동력이 되었다면 방조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다만, 처벌 수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수백만 원을 후원한 사람은 범행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액수는 양형 단계에서 범행 가담 정도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의했다"는 BJ 변명, 법정에선 '휴지 조각'
일각에서는 "출연자가 동의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엄격하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더욱 그렇다.
김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동의는 법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원은 미성년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설령 미성년자가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촬영에 응했더라도, 법은 이를 유효한 동의가 아닌 경제적 곤궁을 이용한 '성착취'로 판단한다.
'막장 방송' 처벌 강화... "공포감 조성 시 징역형"
한편, 해당 BJ는 이번 사건 외에도 찜질방에서 자는 손님을 깨우거나 지하철에서 기행을 벌이는 등 상습적으로 문제를 일으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 변호사는 "이 BJ는 모욕, 명예훼손 등 인터넷 방송 관련 범죄로만 13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며 "상습성이 인정돼 이번 재판에서도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도를 넘은 막장 방송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국회에서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일명 '막장 유튜버 처벌법'이다.
김 변호사는 "공공장소에서 위력을 사용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 경범죄 처벌을 넘어 정식 형사처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