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부분 공부 위해 구조 여성 알몸 저장했다"는 소방관, 처벌 가능할까?
"부족한 부분 공부 위해 구조 여성 알몸 저장했다"는 소방관, 처벌 가능할까?
웨어러블 캠에 찍힌 구조자 알몸 영상, 무단 저장해 동료에게 보여줘
해당 소방관 "구조 현장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보고 공부하기 위해 저장"

현장 출동을 나간 한 소방대원이 여성 구조대상자 알몸이 찍힌 웨어러블 캠 영상을 개인 휴대전화에 무단으로 저장하고, 동료에게도 보여줬다. 해당 소방대원은 소방 당국의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불문경고' 가벼운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일선 소방대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출동 당시 여성 구조대상자의 알몸이 '웨어러블 캠(휴대용 촬영 장비)'에 찍힌 것을 확인한 소방대원 A씨. 그는 이 영상을 본인의 휴대전화에 옮겨 무단 저장하고, 다른 동료에게도 보여줬다.
구조가 임무이자 일상인 소방대원이, 구조대상자를 상대로 저지른 성비위 사건이었다. 하지만, 소방 당국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에게 불문경고 조치만 내리는 데 그쳤다. 불문경고는 A씨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처분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감봉⋅견책 등 법률상 '징계'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우리 법은 불법촬영을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을 통해 처벌하고 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가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A씨를 불법촬영 그 자체로 처벌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여성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웨어러블 캠을 통해 촬영된 것이므로, '정당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우리 형법(제20조)은 업무로 인한 정당한 행위였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법률사무소 확신의 황성현 변호사는 "소방대원은 법적으로 현장 출동 시 웨어러블캠을 이용한 촬영이 허용된다"며 "형법상 정당행위이므로 A씨의 행동을 불법촬영에 행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봄온의 채우리 변호사도 "웨어러블캠의 도입 취지와 구조 과정의 급박한 특성을 고려했을 때 업무상 정당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 역시 "해당 죄엔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그런데 A씨는 이렇게 촬영된 알몸 영상을 본인의 개인 휴대전화에 무단으로 옮겨 저장했고(①), 다른 동료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②). 이에 변호사들은 "이러한 행동까지 업무상 필요한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순 없다"며 "두 행위는 각각 불법촬영물의 소지죄, 반포(퍼뜨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폭력처벌법은 불법촬영물을 소지⋅저장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①). 또한 이를 반포한 경우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황성현 변호사는 "A씨는 불법촬영물이 아니라는 취지로 '얼굴이 안 보였다'고 하지만, 반드시 얼굴이 나와야 불법촬영물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법무법인 새서울의 민고은 변호사도 "촬영물을 새로운 저장매체(개인 휴대폰)에 옮겨 저장한 것은 소지⋅저장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고, 동료에게 보여준 것은 반포죄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채우리 변호사도 "A씨가 각각의 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현재 A씨는 '여성의 신체를 돌려볼 의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구조 현장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보고 공부하기 위해 영상을 저장해둔 것 뿐"이라고 밝혔다.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도 이렇게 주장할 경우,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고은 변호사는 "이 주장이 인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고, 황성현 변호사도 "신빙성 없는 주장"이라며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욱 엄벌에 처해질 것"이라고 했다.
만약 A씨가 재판에 넘겨지면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가 될까. 초범에, 전과가 없고, 반성하고 있음을 전제로 했을 때 "실형까진 어려워 보인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하진규 변호사는 "집행유예 정도가 예상된다"고 했다. 황성현 변호사도 "정확한 건 영상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지만 실형까진 어려워 보인다"며 "집행유예 정도가 예상되고, 피해자와 합의한다면 벌금형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 역시 "실무적으로 실형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실형 선고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변호사들의 의견이지만, 만약 집행유예 등 징역형 이상의 처벌이 나올 경우 A씨는 소방공무원 생활을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게 된다.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돼 파면 또는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은 제33조에서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될 수 없는 사람 중 하나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을 명시하고 있다. A씨와 같이 이미 공무원이 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당연퇴직 대상자다(같은 법 제69조).
황성현 변호사는 "A씨가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다면,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돼 파면 등 중징계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부소방서는 19일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구조대상자는 알몸이 아니라 속옷을 착용한 상태였다"며 "신체 일부만 잠깐 스쳐지나가 듯 촬영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징계위원회에 참여한 변호사 2명과 영상을 검토한 결과 A씨의 행동을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단정짓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해당영상을 휴대폰으로 저장한 행위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경고 처분한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웨어러블 캠의) 목적 외 사용에 대한 관리 책임을 엄격히 하고, 주기적인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