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너무 피곤해해서"…추석 귀경길에 운전한 면허 정지 가장, 판결은 단호했다
"딸이 너무 피곤해해서"…추석 귀경길에 운전한 면허 정지 가장, 판결은 단호했다
음주 정지 기간 중 안양시 노상서 적발
법원 "부득이한 사정 아냐, 공익상 필요가 더 무거워"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 중이던 운전자가 추석 귀경길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가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셔터스톡
추석 명절 귀경길, 피곤해하는 딸을 대신해 잠시 운전대를 잡은 아버지의 선택은 결국 온 가족의 생계를 흔드는 위기로 되돌아왔다.
음주 단속 감경 기회, 스스로 걷어차다
1997년부터 운전대를 잡아온 A씨는 2015년 7월 혈중알코올농도 0.089%의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단속에 적발되었다.
당초 100일의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해 정지 기간을 50일로 절반이나 감경받는 선처를 얻어냈다.
그러나 A씨는 이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면허 정지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인 2015년 9월 28일 밤 9시 5분경, 경기 안양시에서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다 경찰 단속에 또다시 적발됐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계가 달렸습니다" 벼랑 끝 가장의 호소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A씨의 운전면허를 즉각 취소했다. A씨는 처분이 너무 가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추석 명절 귀경길 내내 둘째 딸이 줄곧 운전했지만, 안양시에 진입한 후 딸이 너무 피곤해하여 어쩔 수 없이 집까지 남은 짧은 구간만 대신 운전했다는 것.
나아가 소방기계설비업체에 재직 중인 자신이 면허가 취소되면 당장 해고될 가능성이 높아 가족의 생계가 곤란해진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했다.
법원의 매서운 일침 "무면허 운전을 회피할 부득이한 사정 아니다"
애끓는 호소에도 수원지방법원 이성호 판사의 판결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경찰의 면허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당시 무면허운전을 회피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피곤한 딸을 대신해 운전대를 잡은 것은 개인적인 편의일 뿐, 법을 어겨야만 했던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상의 필요가 그 때문에 입게 될 원고의 불이익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한 개인의 직장 유지나 생계 곤란보다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도로 위의 안전이라는 공익이 훨씬 무겁다는 점을 판결문에 명확히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