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이지만 아이는 없었다" 말 믿었는데 남편의 숨겨둔 자녀
"돌싱이지만 아이는 없었다" 말 믿었는데 남편의 숨겨둔 자녀
전문가들 "혼인취소·이혼 동시 소송 가능"
"기망·외도 이중 책임 물어 위자료 높여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이 있는 사람과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신신당부했는데…."
결혼 전 약속을 굳게 믿었던 A씨는 남편에게 전처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망연자실했다.
심지어 남편의 외도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A씨의 결혼 생활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A씨는 이 결혼을 없던 일로 돌리고 싶다며 법률 전문가들의 문을 두드렸다.
A씨는 결혼 전 교제 당시부터 "아이가 있는 사람과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남편에게 수차례 명확히 밝혔다. 남편은 자녀가 없다고 답했고, A씨는 그 말을 믿고 혼인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다.
결혼 후 남편은 대화 도중 "내 애인 줄 알고 키웠는데 아니었다", "혼인무효를 하고 싶었지만 기한이 지났다"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흘렸고, 추궁 끝에 전처와의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정황(가벼운 스킨십 사진, 외도 인정 발언 등)까지 확보했다. A씨는 남편의 기망행위를 근거로 혼인을 취소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한다.
'자녀 숨긴 결혼', 법적으로 취소할 수 있나?
가장 큰 쟁점은 A씨의 사례가 '사기혼인'에 해당해 혼인 자체를 무효로 할 수 있는지다.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상대방이 알았더라면 결코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이는 중대한 사실을 숨긴 경우 혼인취소 사유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A씨가 '자녀 유무'를 결혼의 절대적 조건으로 내걸었던 만큼, 이를 속인 행위는 민법 제816조가 정한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변수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공동법률사무소 온기 권장안 변호사는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 청구권은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을 경과하면 소멸한다"고 지적했다.
민법 제823조에 규정된 '제소기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 때문이다.
남편이 "기한이 지나 불가하다"고 언급한 점은 이 제소기간을 알고 한 발언일 수 있다. 따라서 A씨가 남편의 자녀 존재를 정확히 언제 알게 됐는지가 혼인취소 소송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가 된다.
혼인취소 안 되면, 이혼으로 위자료는?
만약 A씨가 남편의 거짓말을 안 지 3개월이 지났다면 혼인취소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A씨가 구제받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는 "혼인취소 소송을 주위적 청구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함께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하나의 소송 안에서 '1순위 요구(혼인취소)'가 기각될 경우를 대비해 '2순위 요구(이혼)'를 함께 심판받는 전략이다. 이 경우 남편의 '기망행위'와 '외도'는 모두 혼인 관계를 파탄 낸 책임(유책사유)으로 인정돼 위자료 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상대방을 기망한 행위가 중하고 외도까지 하였다면 상당한 위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며 "최근 위자료는 5,000만원까지도 인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산분할은 위자료와는 별개의 문제다.
혼인 기간이 짧다면 각자 결혼 전부터 보유했던 재산은 돌려받고, 혼인 기간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만 기여도에 따라 나누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법의 심판대에 선 '신뢰', A씨의 선택은?
A씨는 법적으로 두 가지 강력한 무기, '사기'와 '외도'를 손에 쥐고 있다. 혼인취소는 3개월이라는 시간제한에 걸릴 위험이 있지만, 성공한다면 결혼 기록 자체를 없앨 수 있다.
반면 이혼을 택하면 시간제한 없이 남편의 이중 잘못을 물어 위자료를 극대화하고 재산분할까지 받을 수 있다.
결국 A씨의 선택은 '결혼을 없던 일로 만들 것인가'와 '상처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을 극대화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든 거짓말의 대가가 얼마의 위자료로 환산될지,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혼인이란 단순한 감정적 결합을 넘어,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진실 고지 의무'가 전제된 중대한 법률행위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