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에서 여성들 옷 갈아입는 장면 훔쳐봤는데, 왜 '주거침입죄'로 처벌될까
창문 밖에서 여성들 옷 갈아입는 장면 훔쳐봤는데, 왜 '주거침입죄'로 처벌될까
여성 옷 갈아입거나 용변 보는 모습 몰래 지켜본 50대 남성
현행법상 가능한 처벌은 '주거침입'뿐이었다
동종 범죄 반복했지만⋯징역 1년

주택가 돌며 여성들 훔쳐본 50대 남성에게 주거침입죄로 징역 1년이 선고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누군가 창문을 통해 집 안을 몰래 들여다봤다. 여성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대문에 귀를 대고 흘러나오는 소리를 엿듣기도 했다. 급기야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까지도 지켜봤다.
이 모든 행위를 저지른 5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언뜻 생각하면 '성범죄'로 처벌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이 남성에게 물을 수 있는 혐의는 '주거침입죄'뿐이었다. 현행법상 성범죄는 '신체'를 대상으로 한 행위에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적 목적을 가지고 피해 여성들을 몰래 지켜봤더라도 그랬다.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직접 신체 접촉을 한 게 아니라면 성범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역시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일어난 '주거침입' 행위에만 죄를 물은 것이다.
해당 사건 피고인 A씨는 지난해에도 주거침입죄로 실형을 산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출소 1년 만에 똑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서울 서대문구 일대를 돌며, 공동현관이 열려 있는 다세대주택을 범행 장소로 택했다.
지난 4월 새벽 1시쯤, A씨는 한 건물 지층에 설치된 화장실 안을 엿봤다. 피해 여성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기 위해서였다.
이 일이 들키지 않자, A씨는 1달 만에 재범행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하루에만 3곳을 돌며 연달아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공용 복도에 서서 집 안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엿듣고, 건물 반지하에 난 창문을 통해 구석구석을 살폈다. 여성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여성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결국 덜미를 잡힌 A씨. 인근 CC(폐쇄회로)TV 영상 등에는 A씨가 저지른 범행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재판부는 A씨에게 기존과 동일하게 '주거침입죄'를 적용했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강순영 판사는 "A씨가 저지른 범행 횟수가 많고, 재범 위험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실형을 살고 나오자마자 누범(累犯)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지른 점도 문제라고 봤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으로 보면, A씨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권고 형량은 징역 10월에서 2년 사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소 형량에 가까운 1년을 선고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A씨가 침입한 곳은 다세대주택의 계단이나 마당, 공동현관이어서 (집 안에 들어간 것처럼) 주거의 평온이 심각하게 침해된 건 아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