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들통나자 블랙박스 끈 아내… 차에 몰래 녹음기 설치했다간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불륜 들통나자 블랙박스 끈 아내… 차에 몰래 녹음기 설치했다간

2025. 09. 05 09:5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이미 녹화된 파일은 증거 OK

몰래 설치한 녹음기는 불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15년간 쌓아온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신혼 때부터 유독 개인주의가 강했던 아내. 부부 사이에도 돈 관리는 따로 했고, 휴가마저 "혼자 있어야 진정한 휴가"라며 따로 보냈다. 휴대폰을 엿보는 건 극도로 싫어했다. 남편은 그저 아내의 성격이려니 하고 존중해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속이기 위한 빌드업이었을까.


최근 업무가 바빠졌다며 부쩍 늦게 귀가하던 아내. 남편은 성실했던 아내를 믿었기에 외도 같은 건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비극은 아이의 입에서 시작됐다. "엄마 휴대폰에서 어떤 남자랑 애칭을 부르며 메시지를 주고받는 걸 봤다"는 것이다.


증거를 찾고 싶었지만 아내의 경계는 철통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내의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남편은 충격에 빠졌다. 그 안에는 아내가 상간남과 통화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며칠 뒤, 추가 증거를 확인하려던 남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싸늘하게 꺼져있는 블랙박스 화면. 아내의 배신을 확신한 남편은 결국 위험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차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서라도 증거를 잡아야겠다.'


블랙박스 속 우연한 증거는 합법, 의도적 녹음은 불법

남편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홧김에 녹음기를 설치했다가는 오히려 형사처벌이라는 덫에 걸릴 수 있다. 우리 법은 증거 수집 방법을 매우 엄격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우선 남편이 처음 확보한 블랙박스 녹음 파일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신진희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5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배우자 차량의 블랙박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미 녹음이 종료돼 파일 형태로 남아있는 대화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실시간으로 대화를 엿듣는 도청이 아니라, 이미 저장된 기록물을 확인한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이 직접 녹음기를 설치해 아내와 상간남의 대화를 녹음하는 순간,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편은 아내와 상간남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이므로, 이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이 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과거 민사·가사 재판에서는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라도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증거로 채택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수집된 녹음 파일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신 변호사는 "사연자의 경우 이미 블랙박스라는 합법적 증거가 있으므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조언했다.


이혼 없이 상간남에게만 책임 물을 수 있나

남편은 아이들을 생각해 이혼은 망설이고 있다. 이처럼 이혼을 원치 않을 경우, 아내를 제외하고 상간남에게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혼 소송과 함께 진행하는 것과 상간남 소송만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관할 법원이다. 이혼을 전제로 할 경우 가정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지만, 이혼하지 않고 상간 소송만 할 경우에는 일반 민사사건으로 분류돼 지방법원에서 다루게 된다.


또한, 이혼 여부는 위자료 액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 액수가 더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한 가지 더, 아이가 엄마의 외도 사실을 알고 정신적 충격을 받았더라도 자녀가 직접 상간남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기는 어렵다. 부정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배우자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고통 속에서 증거를 수집할 때일수록 더욱 냉정하고 신중해야 한다. 순간의 감정적인 판단이 오히려 자신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