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교수 에세이 (51)] 잘 해결될 길이 있습니다
[정형근 교수 에세이 (51)] 잘 해결될 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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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가 한적에 곳에 위치해 있고 하니까 음식점보다는 장례식장을 하는 것이 타산에 맞을 거 같았다. 그는 군청에 건물 용도변경 신고를 하고 식당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장례식장으로 변경하는 공사를 시작하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층 건물을 건축한 후 한정식집을 운영하던 분이 갑자기 음식점 장사를 그만두었다. 그곳 위치가 한적에 곳에 위치해 있고 하니까 음식점보다는 장례식장을 하는 것이 타산에 맞을 거 같았다. 그는 군청에 건물 용도변경 신고를 하고 식당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장례식장으로 변경하는 공사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군수가 어느 날 건축물공사중지명령 통지서를 보냈다. 식당을 장례식장으로 바꿔도 된다는 건물용도변경을 수리하였던 처분도 취소한다고 했다.
너무 황당한 마음에 군청에서 보내온 통지서를 읽어보니까, 식당 건물을 장례식장으로 변경하는 것 자체는 법에는 적합하지만, 장례식장은 주민들이 혐오하는 시설이고, 마을 입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 장례식장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장례식장 설치할 수 있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니까 공사를 당장 중지하라는 것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그분은 내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분은 군수가 다음 지방선거에서 재선하려고 지역주민들의 눈치를 보려고 무리를 한다고 했다. 처분통지서 두 장을 받아든 후에 군청에서 처분을 한 날짜를 보니 여러 달이 지난 상태였다. 그래서 그분에게 군청에서 보낸 처분통지서를 언제 받았느냐고 물었더니 서너 달 지났다고 했다. 더 정확히 물었더니 100일은 훨씬 지난 상태였다. 그분은 그런 생각하지도 못한 처분을 당한 후 여러 유지들을 찾아다니면서 잘 해결해 보려고 하다가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했다. 아무튼 불이익한 처분에 불복을 하려면 법이 정해놓은 기간 안에 해야 한다. 의뢰인이 당한 처분에 불복하려면, 그런 처분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난 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재판을 걸면 90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 당하게 된다.
나는 군수가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한 처분은 위법한 것이라서 행정심판을 청구하든, 재판을 하든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이 모두 지난 상태라는 것이었다. 그 상태에서는 이길 수 없다. 일단 의뢰인에게 점심 후에 차분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하면서 처분통지서를 받아 놓았다. 통지서 한 장은 건물용도변경 수리처분 취소통지였고, 다른 한 장은 공사중지명령 통지서였다. 식사를 마치고 처분통지서를 들고서 찬찬히 읽어보았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변호사는 안되는 것처럼 보여도 의뢰인에게 이익이 되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처분통지서를 자세히 보았더니 '처분취소 사유' 아래에 여러 이유들이 적혀 있을 뿐이었고, 그 처분에 불복할 때는 며칠 안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지 않았다. 법에는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고지를 반드시 하도록 되어 있다. 법과대학 3학년 때 행정심판법을 배울 때 공부하였던 '행정심판의 고지제도'가 불현듯 떠올랐다. 처분을 하는 행정청이 불복에 관한 내용을 처분통지서에 기재하지 않으면, 처분이 있었던 것을 날부터 180일 안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90일 안에 청구해야 하는 기간이 그 배로 연장되는 것이다. 군청에서 처분통지서를 작성하면서 깜박하고 불복절차를 기재하는 것을 누락한 것 같았다. 의뢰인은 처분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100일 정도 지났으니, 180일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다.
그래서 의뢰인에게 연락을 했다.
"잘 해결될 길이 있습니다."
그 후 의뢰인과 수임약정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지방행정심판위원회에 두 개의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얼마 후 지방행정심판위원회는 군수가 한 처분 모두를 취소한다는 판단(재결)을 하였다. 그 덕분에 의뢰인은 원하는 대로 장례식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변호사 휴업을 하고 로스쿨 교수로 온 후에 위와 같이 처리한 사건기록을 로스쿨 학생들이 배우는 '공법기록형 강의' 저서에 수록하였다. 로스쿨에 재직하던 중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받아서 일하던 때에 어느 로펌에서 "행정청이 불복 제기 기간을 잘못 알렸기 때문에 그 잘못 고지한 날만큼 행정심판 청구기간이 연장된다."는 주장을 한 것을 보았다. 실제로 처분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불복할 수 있다고 해야 하는데, 착오로 180일 안에 불복할 수 있다고 기재하여 통지한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 잘못 알린 만큼 행정심판청구 기간이 연장되는 효과를 낸다.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인데, 이런 제도를 정확히 알아야 의뢰인을 위하여 활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