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통장"에 털린 전재산... 피해자 담보로 구속 면한 자산녀의 '사기 돌려막기'
"100억 통장"에 털린 전재산... 피해자 담보로 구속 면한 자산녀의 '사기 돌려막기'
가스라이팅과 조작된 잔고에 무너진 80대 노인
5억 원대 사기극의 전말과 법적 구제책

채널 a 탐정들의 영업비밀
80대 고령의 노인을 심리적으로 지배하여 전재산을 갈취한 이른바 '100억 자산녀'의 잔혹한 사기 수법이 드러났다. 피해자의 재산을 또 다른 피해자의 담보로 제공해 형사 처벌을 피하는 '사기 돌려막기'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사건은 의뢰인의 어머니인 80대 A씨가 소고기 사업을 한다는 강 씨(가명) 일당에게 5000만 원을 빌려주며 시작됐다. 강 씨는 자신을 S주택 회장이자 교회 장로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이후 자신을 100억 원대 자산가라고 주장하는 여성 B씨가 나타나 "강 씨의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B씨는 스마트폰을 통해 실제 100억 원이 찍힌 통장 잔고 화면을 A씨에게 보여주며 신뢰를 쌓았다. 하지만 B씨는 곧 "보증을 잘못 서서 100억 원이 든 통장이 압류됐다"며 압류 해지 비용 명목으로 A씨의 현금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A씨는 B씨의 말을 믿고 전재산을 건넸으며, 급기야 본인 소유의 집과 상가에 근저당까지 설정해주기에 이르렀다. 피해 금액만 5억 원을 넘어섰다.
조사 결과 B씨의 정체는 허상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주소지는 전입 신고만 되어 있는 고시텔이었으며, 대부업체 우편물만 가득한 상태로 확인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A씨의 집에 1억 9000만 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사채업자 C씨 역시 B씨에게 수천만 원을 사기당한 또 다른 피해자였다는 점이다.
B씨는 과거 C씨에게 사기를 친 혐의로 고소당해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새로운 피해자인 A씨를 가스라이팅해 그녀의 집을 C씨에게 담보로 제공하게 했다. 이를 통해 C씨로부터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받아내 구속을 면했던 것이다. 한편, 최초로 돈을 빌려 간 강 씨는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100억 자산'은 허구, 법이 본 '사기 돌려막기'의 실체
법조계는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사기죄로 판단하고 있다. 형법 제347조에 따르면 사람을 기망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 판례(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도1553 판결)는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핵심 요건으로 본다.
본 사건에서 B씨가 조작된 100억 원 통장 화면을 보여준 행위는 명백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피해 금액이 5억 원을 상회하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에 의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사기 돌려막기' 수법의 법적 평가다. 새로운 피해자의 재산으로 기존 피해자의 손해를 메꾸어 형사 처벌을 피하는 행위는 편취의 범의를 더욱 명확히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관련 판례(수원지방법원 2018. 7. 5. 선고 2018고단769 판결)에서도 돌려막기 방식의 범행은 엄중히 다스려지고 있다.
또한 80대 노인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가스라이팅' 수법은 노인 대상 범죄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헌법재판소(2019. 12. 27. 선고 2017헌마1299 참조)는 노인의 사회적 관계 제한과 판단 능력 저하를 악용한 범죄의 비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무너진 전재산, 법적으로 되찾을 방법은?
피해자 A씨는 비록 B씨의 구속을 막기 위해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작성해주었으나, 이는 C씨의 사건에 국한된 것이므로 A씨 본인의 피해에 대해서는 별도의 형사고소가 가능하다. 판례(대법원 1984. 3. 13. 선고 83도3006 판결)에 비추어 볼 때, 합의의 효력 범위는 해당 사건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민사적으로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를 근거로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다만 근저당권자인 C씨 역시 피해자라는 점에서 '선의의 제3자' 보호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B씨와 강 씨의 재산에 대한 즉각적인 가압류 등 보전처분이 필수적이다.
공범으로 지목된 강 씨의 경우, B씨와 역할을 분담해 A씨를 기망했다면 공동정범(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14. 10. 31. 선고 2014고단909 판결 참조)으로서 동일한 책임을 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피해자들이 연대하여 수사기관에 강력한 대응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