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매크로 썼다가 '업무방해' 고소…계정 정지 넘어 전과자 될 수도 있나?
게임 매크로 썼다가 '업무방해' 고소…계정 정지 넘어 전과자 될 수도 있나?
시중 마우스 반복 클릭 기능 썼을 뿐인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MMORPG를 즐기던 A씨는 최근 게임사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중에서 흔히 판매되는 마우스의 반복 클릭 기능, 이른바 '매크로'를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해킹 툴이나 악성 코드를 쓴 것도 아니고, 이로 인해 서버가 마비되거나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었다. 게임 약관 위반으로 계정이 정지될 순 있어도, 형사 고소까지 당할 줄은 몰랐다.
초범인 A씨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게임을 편하게 하려던 행동이 정말 '업무방해' 범죄가 될 수 있을까?
계정 정지는 각오했는데…날아온 형사 고소장
A씨는 개인적으로 게임을 즐기던 평범한 이용자다. 그는 사설 프로그램이나 서버 공격, 해킹 툴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마우스 프로그램에 내장된 반복 클릭 기능이었다.
이를 통해 게임 내 재화를 대량으로 만들거나 서버를 마비시키는 등 게임 운영에 직접적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A씨는 게임사의 약관 위반에 따른 계정 제재는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게임사는 A씨의 매크로 사용이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했다며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로 그를 고소했다.
'실제 피해' 없으면 무죄?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 마우스 매크로 사용이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여러 변호사의 분석이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매크로 사용으로 게임사의 업무에 '실질적인' 방해 결과가 발생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단순한 마우스 매크로 사용만으로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낮다"며 "서버 마비, 서비스 장애, 명확한 영업상 손해가 입증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게임 약관 위반과 형사처벌은 명확히 구분된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약관 위반은 계정 정지·영구 이용 제한의 문제이지, 그것만으로 형사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법무법인 호안 조선규 변호사는 "서버 다운과 같은 물리적 장애가 없더라도 '정상적인 게임 운영이 저해될 추상적인 위험'만으로도 범죄 성립을 인정한 판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 역시 "최근 모 게임사의 매크로 유저 대량 고소 사건으로 보인다"며 "안일하게 대응하여 가벼운 벌금 전과가 남는 경우가 흔하다"고 짚었다.
경찰 조사 앞뒀다면…'이렇게'
변호사들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진술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사에서는 매크로 사용이 게임사의 업무에 어떤 실질적 피해도 주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핵심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서버를 해킹하거나 보안 프로그램을 뚫은 것이 아니라, 마우스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기본 기능을 이용해 단순히 반복 입력만 했을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진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로 인해 구체적인 업무 마비가 없었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필요한 진술은 피해야 한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기술적 구조를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편의를 위해 썼다'는 식의 불필요한 해명은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사실대로 말하면 결백을 입증할 수 있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처하면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며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