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도 아닌데… 검찰청 지나갔단 이유로 사진 찍어도 되나요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범죄자도 아닌데… 검찰청 지나갔단 이유로 사진 찍어도 되나요

2019. 10. 11 13:58 작성
엄보운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eom@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검찰의 '공개 소환' 폐지 후 취재진의 무차별 촬영

지나갔다는 이유로 찍힌 내 사진… 문제없을까?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주차장 입구에서 취재진이 정경심 교수의 재소환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공개소환 폐지 후 소환 일정을 미리 알기가 불가능해지자 언론사들은 중앙지검 밖에서 무한 대기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가 한창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내부는 취재기자들로 가득하다. 검찰이 중요 참고인들의 소환 시점을 비공개로 하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혹시 특종을 놓칠까 무제한 '뻗치기'를 시작했다.


검찰청사로 들어오는 주요 길목에는 방송용 대형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들이 삼삼오오 잡았다. 이들은 청사를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찍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왜 나를 찍느냐"며 항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얼굴을 가리면서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피하는 식이다.


서울중앙지검 앞에 설치된 방송사 중계 부스. 이곳에 설치된 카메라는 청사 정문 출입구를 비춘다. /연합뉴스

언론의 무차별 촬영, '초상권' 침해로 볼 수 있을까?

이런 촬영에 대해 불편함을 겪는 시민은 "초상권 침해가 아니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촬영 자체만으로는 초상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인다.


법무법인 우성의 정필승 변호사는 "촬영 자체만으로 침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검찰청사 부지 안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초상사용권)'에 대한 판례(서울고법 2000나42061)를 들었다. 정 변호사는 "단지 사진 촬영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초상권 위반을 '우리나라'에서 논하기 어렵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02년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새로운 권리 개념을 인정할 필요성은 수긍할 수 있으나, 성문법주의(입법부를 통해 만들어진 법률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체계)를 취하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법률, 조약 등 실정법이나 확립된 관습법 등의 근거 없이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물권과 유사한 독점·배타적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중의 관심 대상이 되는 사항은 초상권 침해 예외"

초상권 침해를 인정 받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이번 사안이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라는 점이다.


김재형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초상권은 헌법 제 10조(행복추구권), 민법 제751조 제1항(신체의 자유 침해와 배상책임)에 의해 보호받는다"면서도 "공공의 이해와 관련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 등은 초상권 침해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라고 본다면 초상권 침해의 예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상권은 헌법적 보장을 받는 기본권인만큼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지나친 침해를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초상권은 헌법적 보장을 실현해야 하는 기본권"이라며 "권리구제를 위한 사법상의 법률규정이나 초상권 침해행위에 대한 형사규정의 유무와 상관없이 헌법적 보장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