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은 닭발’ 먹은 피해자들 구제법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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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은 닭발’ 먹은 피해자들 구제법은 '막막'

2019. 09. 10 17:01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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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업체·도매상, 서로 책임 미루고⋯잘잘못은 법적 공방으로

하지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사례 드물어

해결책인 ‘집단소송제’ 업계 반발에 막힌 상황

최근 '곪은 닭발'이 전국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 : JTBC 캡처

까맣게 썩은 닭발이 전국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정작 더러운 음식을 먹은 피해자들은 구제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실효성 없는 법과 부족한 행정 사항 외에도 식품업체의 반발에 ‘집단소송제’ 역시 막힌 상황이다.


지난 9일 JTBC는 피부병으로 흉측하게 곪은 닭발이 암암리에 유통되는 실태를 전했다. 문제가 된 닭발에서는 가정집 변기보다 최소 1만배 많은 세균과 식중독균이 검출됐다. 업계 용어로는 ‘똥 발’이다. ‘똥 발’은 대형 프렌차이즈 식당부터 일반 식당, 전통 시장 등에서까지 판매됐다.


'곪은 닭발'이 전국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 : JTBC 캡처


물 흐르는 관을 타고 닭발이 내려온다. 직원들은 옆에서 닭발의 상태에 따라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이때 발 가운데가 새카만 것부터 갈색으로 변색된 닭발들도 함께 바구니에 담긴다. 피부병의 일종인 지류병 닭발이 유통되는 장면이다. 근무자는 “(피부병에 걸린 닭발이) 전체 물량의 50% 이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말대로라면 특정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추세인 셈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은 피부병에 걸린 닭발은 발 전체 부위를 버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업체와 도매상, 판매업자는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생산업체가 “유통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변명하자, 도매상은 “생산업체가 알아서 하라고 떠넘겼다”고 반박했다. 식당은 한 켠에서 곪은 곳 일부를 도려내 판매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정황이다.


식품위생법 위반은 품목과 시기를 불문하고 툭하면 반복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일 추석을 앞두고 벌인 점검에서 전체 3842곳 중 170곳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위상 생태가 엉망이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 업체들도 무더기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위생법,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위반한 업체 170곳을 적발했다 / 자료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닭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7월에 이미 한 가공업체로부터 피부염 증상을 보이는 닭발이 유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업체는 “폐기 비용이 더 드니 그냥 팔아라”고 지시했고, 유통업체도 위험성을 알면서도 헐값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벌 강하지만 실효성 없어·행정 미비 사항도 지적

인재(人災)가 반복되자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다. 크게 △법적 처벌의 실효성 △행정적 미비 사항 △식품 분야 집단소송제 불가능 세 가지가 문제점으로 꼽힌다.


식품위생법은 질병에 걸리거나, 걸릴 염려가 있는 동물의 고기 등을 판매하는 행위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지난 2004년 서울중앙지법은 식중독균 검출 고기를 마장동 식육점에 판매한 사건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됐지만 가정에서 가열해 조리만 하더라도 모두 사멸될 것으로 보인다”며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곪은 부위를 도려내고, 익혀 먹으면 문제 없다”는 닭발 판매 업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여기에 들어맞는다.


행정적으로 미비한 사항도 있다. 법령에 따르면 닭발 도축작업은 도축검사관(수의직 공무원) 또는 그의 지시를 받는 도축검사원의 입회하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매일 처리되는 5~15만 수의 닭발을 수의직 공무원이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위생점검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작 ‘더러운 음식’ 먹은 소비자는 집단소송 불가

‘곪은 닭발’과 같은 사건이 법정으로 가게 될 경우 유통책임에 대한 고의성, 위법성을 재판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생산업체와 도매상 모두 법적 공방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더러운 음식’을 먹은 개별 소비자가 이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재판까지 가는 길도 힘들 뿐더러 피해자가 각자 재판에서 피해 정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의 이제한 변호사도 이번 사건을 두고 "개별적으로 다투어 피해 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러한 어려움 탓에 ‘집단소송제’ 도입 요구가 1990년대 후반부터 이어졌지만 법안은 계속 표류했다. 20대 국회에도 관련 법안 8건이 계류 중이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부당한 행위를 둘러싼 공통된 피해자들이 적용할 수 있는 제도다. 일부 피해자가 승소하면 나머지 피해자도 별도의 판결 없이 모두 배상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잘못했을 때 소비자에게 제대로 배상함으로써 안전한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증권 분야만 집단소송이 가능하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집단소송 대상 분야를 대폭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실효적인 피해구제와 사전 예방을 위해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소로 다른 피해자가 함께 구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축산농가와 식품산업 관계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식품산업협회 조일호 전무는 국회 농림축수산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제도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며 반대했다. 조 전무는 “제도가 도입될 경우 위해식품 의혹이 제기되기만 해도 관련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정안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제15회 식품·의약품 안전 열린포럼’에서 “소비자단체가 집단소송제 추진에 노력 중이지만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로 미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기업들이 법적 체계를 갖추고, 책임질 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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