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청원 26만 넘었지만⋯'초등생 성폭행' 고등학생, 결국 전과 없는 소년원行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단독] 국민청원 26만 넘었지만⋯'초등생 성폭행' 고등학생, 결국 전과 없는 소년원行

2020. 03. 27 19:29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26만⋯ 비난 불길처럼 번졌던 '초등생 성폭행한 고등학생' 사건

한목소리로 "강력하게 처벌해달라" 했지만⋯ 결국 '10호처분(소년원 2년)'에 그쳐

피해자 측 대리 이재용 변호사 "피해자와 손가락 걸고 혼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초등생을 성폭행하고 협박한 고등학생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하지만 오늘 이 청원이 무색하게 가해 고등학생은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 처분을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26만 5833명.


초등생을 성폭행하고 협박한 고등학생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한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의 숫자다(27일 7시 기준). 이 고등학생은 'n번방' 사건과 유사한 범행 수법으로 초등학생 피해자를 유인해 성폭행했고, 사진을 찍었고, 돈까지 뜯어냈다.


이 사건은 로톡뉴스의 보도로 크게 알려졌다. 사건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이 고등학생을 소년재판이 아니라 원래대로 형사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으면 소년원에서 2년만 버티면 되기 때문이다. 전과도 남지 않고, 신상도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법원은 움직이지 않았다. 재판 결과는 '10호 처분(소년원 2년)'에 그쳤다. 사건을 형사재판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피해자 측 대리인 JY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는 "재판부가 모범생이라는 등의 이유로 그야말로 주관적인 결정을 내리면 이에 대해 피해자가 불복할 수 있는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며 "하루속히 소년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죄질 나쁘다' 판단에 일반 재판 갔었는데⋯ '아직 어리다'며 다시 소년부로?

서울가정법원 소년2단독은 27일 이 사건에 대해 소년원 10호 처분을 내렸다. 2주 전,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례적으로 선고를 한 차례 미뤘으나, 결국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사건이 '가정법원 소년재판'이었던 건 아니었다. 원래는 일반 형사재판이 진행됐다. 검찰이 재판에 넘길 당시 '일반 형사재판'을 선택했다. 그만큼 심각한 범죄였다는 판단이었다. 구속영장도 청구했고, 실제로 구속도 했다.


그러나 선고 막바지에 이르러 상황이 뒤집혔다.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문성 부장판사)는 사건을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냈다. "가해자가 아직 어리고, 가해자의 부모가 잘 교육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당 이미지는 피해자가 법원에 제출한 진정서다. 하단에는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합니다"라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피해 소녀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재용 변호사 제공
해당 이미지는 피해자가 법원에 제출한 진정서다. 하단에는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합니다"라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피해 소녀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재용 변호사 제공



소년부 송치를 결정한 재판부는 피해자가 보낸 편지도 받았다. "그 사람(가해자) 때문에 너무 미칠 것 같다", "판사님께서 그 사람을 혼내주셨으면 좋겠다", "엄마 말로는 그 사람 집안이 대단한 집안이라고 그랬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법원 관계자 "돌려보내는 건 불가능"

로톡뉴스는 취재 과정에서 다방면으로 알아봤다. 사건이 왜 갑자기 소년부로 보내졌고, 다시 일반 형사재판으로 돌려보낼 수 없는지에 대해서였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한 번 소년부로 넘어간 사건을 다시 형사재판으로 돌려보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던 것이다.


또한,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소년법상 법원은 벌금이나 보호처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건은 소년부로 송치해야 한다"며 "이 사건만 유독 이상하게,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 절차에 맞게 재판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사건이 보호처분 수준으로 처리되는 게 맞는다면 소년부 송치 결정을 하는 게 맞는다는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이 입장에는 고등학생의 성폭행 사건이 '보호처분 수준'으로 처리되는 게 맞는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피해 아동과 피해 아동 어머니의 진정서. 피해 아동은 후회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편지를 보냈고, 어머니는 악몽에 시달리는 아이를 보며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재용 변호사
피해 아동과 피해 아동 어머니의 진정서. 피해 아동은 후회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편지를 보냈고, 어머니는 악몽에 시달리는 아이를 보며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재용 변호사


피해자 측 대리 이재용 변호사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해보자"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 측을 대리한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소년법에 이러한 상황을 견제할 수 있는 규정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사건이 중함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주관적으로 재범의 위험성, 반성 여부 등을 이유로 선처하게 되면 피해자는 어떠한 불복할 방법이 없다"며 "법적 장치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라며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며, 검찰도 원래 형사재판부의 결정에 항고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 대리하는 JY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 /로톡 DB
피해자 측 대리하는 JY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 /로톡 DB

이 변호사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피해 학생에게 가해자를 혼내주기로 진짜 손가락 걸고 약속까지 했는데, 지금 당장은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됐어요.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해볼 겁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