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1억 송금 사기…범인은 기소유예인데 내 돈은 어떻게 찾나요?
앱으로 1억 송금 사기…범인은 기소유예인데 내 돈은 어떻게 찾나요?
기소유예는 유죄 인정 증거
재산 빼돌리기 막는 가압류가 승패 가를 것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의 전 재산 1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앱을 통한 송금 사기였다. 범인을 잡아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리란 희망은 길고 긴 수사 끝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경찰의 통보 결과, 범행에 사용된 대포통장 명의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피해금은 민사소송으로 직접 해결하라는 답변뿐이었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돈 받을 길이 막막해진 A씨는 결국 법의 문을 두드렸다.
기소유예? 오히려 승소 가능성 높은 이유
변호사들은 의외로 A씨의 승소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핵심은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이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즉, 수사기관이 통장 양도라는 불법 행위를 공인한 셈이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법원은 대포통장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 자체를 사기 범행을 쉽게 만드는 방조 행위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소유예 처분은 민사소송에서 상대방의 불법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다만 법률사무소 송지의 배성권 변호사는 "만약 명의자 역시 보이스피싱에 속아 통장을 건넨 것이라면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왜 민사소송 없이 바로 못 받나
A씨는 왜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형사 절차에서 바로 돈을 받을 수 없는지 궁금해했다. 이는 배상명령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배상명령은 가해자가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을 때만 신청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명의자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재판정에 서지 않은 이상, 피해금을 돌려받기 위해선 반드시 민사소송 절차를 밟아야 한다.
소송에 필요한 증거 확보는 가능하다. 조선규 변호사는 "기소유예 처분 이유가 담긴 불기소결정서는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할 수 있다"며 "만약 거부되더라도 민사소송을 제기한 뒤 법원을 통해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해 받아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겨도 빈손일 수 있다
승소 판결이 곧 1억 회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변호사들은 대포통장 명의자의 '자력(재산을 가진 정도)'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의 가장 큰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명의자에게 돈이 없다면 승소 판결문은 종잇조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진짜 싸움은 소송 시작과 동시에 벌어진다. 바로 명의자의 재산을 묶어두는 가압류 신청이다. 가압류는 소송에서 이겼을 때를 대비해 상대방이 미리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막는 조치다.
배성권 변호사는 "통장 대여자는 돈을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며 "소송을 결심했다면 한시라도 빨리 가압류를 신청해 돈을 묶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