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흠집 하나에 2100만원⋯아파트 공고문 속 벌금, 실제로 걷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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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흠집 하나에 2100만원⋯아파트 공고문 속 벌금, 실제로 걷을 수 있을까

2026. 08. 30 14:5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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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통제 나선 입주자대표회의

법조계 "법적 근거 없는 위협, 오히려 강요죄 될 수도"

엘리베이터에 흠집을 내면 현장에서 2,100만 원을 걷겠다는 아파트 공고 모습. /연합뉴스

매일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택배기사들에게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내건 경고장은 거대한 장벽과도 같다.


최고급 티타늄 골드 승강기에 구르마(손수레) 등으로 흠집을 내면 수리비와 함께 2100만 원의 범칙금을 현장에서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배송 중 문틈에 물건을 끼워 정지시키는 행위에도 100만 원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아파트 공고문 속 ‘2100만원 벌금’, 실제로 걷을 수 있을까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이 공고문, 법적으로 따져보면 실현 불가능한 공허한 위협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관리를 위한 자치 의결 기구일 뿐, 타인에게 형사적 제재인 벌금이나 범칙금을 부과할 국가 형벌권이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아파트 자치규범인 관리규약 효력은 해당 아파트 입주자와 사용자에게만 미친다. 입주자도 아닌 제3자인 택배기사에게 임의로 금전적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법적 한계를 명백히 벗어난 무효 행위다.


손해배상액 산정의 법리


그렇다면 실수로 흠집이 났을 때 공고문대로 2100만 원을 전액 배상해야 할까. 이 역시 불가능하다.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의 대원칙은 가해행위로 발생한 '실제 재산상 불이익'을 물어주는 것이다.


승강기 전체 설치비가 2100만 원이라 하더라도, 흠집이 발생했다면 해당 부위의 원상회복에 드는 수리비나 교환가치 감소분만 통상 손해액으로 인정된다.


우리 법원은 부품 교체가 불가피한 경우라도 기존 사용 기간에 따른 감가상각을 반영해 잔존가치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흠집 하나에 설치비 전액을 청구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부당한 이득을 주는 셈이 되어 재판부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아파트 측이 취할 수 있는 합법적 조치는 택배기사의 명백한 고의나 과실을 입증해 실제 발생한 수리비만큼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뿐이다.


만약 아파트 측이 공고문 내용대로 현장에서 2100만 원을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로 징수하려 든다면, 오히려 형법상 공갈죄나 강요죄로 역고소를 당할 수 있는 위법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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