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없는 자리에서 "너무 무능하다" 말했는데⋯이것도 상관모욕죄가 될 수 있다
상관 없는 자리에서 "너무 무능하다" 말했는데⋯이것도 상관모욕죄가 될 수 있다
군형법 제64조에 규정된 상관모욕죄
당사자 앞에서 해도 처벌, 없는 곳에서 해도 처벌 가능

"너무 무능한 것 같아." 복잡한 마음에 같은 처지인 사람들과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불현듯 상관에 대해 나쁜 말을 하다 적발되면 '상관모욕죄' 혐의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너무 무능한 것 같아."
그냥 한탄 같은 말이었다. 상사의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피해가 없으면 크게 상관없지만, 그의 일 처리로 인해 아랫사람들은 일을 두 번 세 번, 두 배 세 배 해야 했다. 복잡한 마음에 같은 처지인 사람들과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났다. 그런데 이 일이 군대에서 일어났다면 어떨까.
육군 병사인 A씨는 상관에 대해 나쁜 말을 하다 적발되면 '상관모욕죄' 혐의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했던 말을 상관인 중대장이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든다. 이 경우도 상관모욕죄로 볼 수 있을까.
우선 A씨는 군인이기 때문에 군형법을 적용받는다. 군형법 제64조 제1항에는 상관을 그 면전(面前)에서 모욕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A씨의 경우 중대장 앞에서 직접 말한 게 아니고, 사병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경우. 그렇다면, 이 죄를 피할 수 있을까.
아니다. 군법무관 출신인 심제원 변호사(법무법인 디딤돌)는 "상관이 없는 곳에서 했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같은 조 제3항과 제4항에서 "사실 적시 또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도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들에는 '면전'과 같은 제한이 없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허위 사실을 적시해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 처벌한다.
모두 벌금형 없이 처벌 수위가 높은 죄다.
법무법인(유) 에이스의 옥민석 변호사도 "상관모욕죄는 면전에서 할 뿐만 아니라, 공연한 방법으로 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A씨가 언급한 '무능하다'라는 말은 모욕이나 명예훼손 발언에 해당할까. 변호사들의 의견은 갈렸다.
군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청린의 김민기 변호사는 "A씨의 말은 상관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도 "기본적으로는 명예훼손적 표현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옥민석 변호사는 "A씨의 '무능하다'라는 말은 모욕에 해당할 여지는 있다"라면서도 "그렇지만 A씨가 이런 얘기를 한 건 중대장의 일 처리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경의 박도민 변호사도 "'무능하다' 표현이 모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