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8)] 사구 팔구? 팔구 사구?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8)] 사구 팔구? 팔구 사구?
매매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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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물건이나 권리라도 사고팔기로 하는 계약은 체결할 수 있다. 남의 물건을 팔았다고 해서 '봉이 김선달'이라고 마구 비난할 일은 아니다. 매도인이 그 채무를 제대로 이행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연합뉴스
주로 아파트 상가를 지나다 보면 사람들이 흔히 복덕방이라고 부르는 부동산 중개인 사무소의 전화번호 끝자리가 대부분 4989나 8949로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곳을 지날 때면 '4989가 더 좋을까, 8949가 더 좋을까' 하면서 혼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니 집을 먼저 사고 나서 살던 집을 파는 것이 더 낫겠다. 있던 집 팔고 나서 다른 집을 사려면 그사이에 값이 폭등해서 한순간에 무주택자가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매매는 재화(財貨)와 금전을 교환하는 계약으로, 우리 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집이건, 땅이건, 커피 한 잔이건 사고팔아서 소유자가 바뀌는 것은 매매계약이 그 출발점이다. 매매계약은 사법(私法)상 거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계약을 체결하면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재산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고, 매수인에게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고, 매도인에게 재산권 이전을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매매의 모습은 다양하다. 부동산 매매와 같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의 이행은 일정 기간 뒤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를 사듯이 물건과 금전을 맞바꾸는 행동으로 계약의 체결과 이행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요새는 전자거래가 활성화되어 전자문서와 전자서명, 공인전자주소 등으로 이루어지는 종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계약이 널리 이용되기도 한다. 어떤 매장에서는 사람이 아닌 기계를 상대로 주문을 하도록 해서 나이 든 이들을 당황하게도 한다.
물건이 아니라 권리도 매매의 목적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가진 채권을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것을 채권양도라고 하는데, 그 결과로 채무자는 새로운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
매도인은 권리의 이전에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하여야 한다. 매매의 목적물이 물건인 경우에는 매도인이 이전할 권리는 소유권이므로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행위를 할 의무가 있다. 동산이면 그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여야 하고, 등기나 등록을 하여야 소유권이 이전되는 부동산이나 차량⋅선박 등은 등기나 등록에 필요한 서류의 교부와 소유권 이전의 의사표시 등의 행위를 하여야 한다.
매매 목적물인 부동산에 저당권이나 전세권이 설정되어 있을 경우도 있다. 이럴 땐 매수인이 그 저당권으로 담보된 채무나 전세보증금 반환의무를 넘겨받고 그만큼 매매대금을 감하기로 하는 특약조항을 넣어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특약이 없는 경우에는 매도인은 저당권이나 전세권을 소멸시켜서 아무 부담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이전하여야 한다.
대지는 매매하지 않고 건물만 매매하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대지의 소유자가 아니어서, 건물의 이용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이 그 건물을 이용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매수인이 대지에 대한 이용권을 얻게 할 의무도 진다.
매매 목적물에 대하여 소유권이나 저당권, 전세권, 임차권 등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난 경우에는 매수인이 그 물건의 온전한 소유권을 받지 못할 위험이 생긴다. 이때 매도인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매수인은 대금의 전부나 일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소유권을 받지 못할 위험이면 대금의 전부를 거절할 수 있고 저당권이나 전세권, 임차권의 부담을 안은 소유권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대금 일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 것이다.
매매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는 꼭 매도인의 것이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남의 물건이나 권리라도 사고팔기로 하는 계약은 체결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인은 그 물건이나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고, 매도인이 그 채무를 제대로 이행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남의 물건을 팔았다고 해서 '봉이 김선달'이라고 마구 비난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매도인이 그 물건이나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 때에 생긴다. 이 경우에는 매도인이 일정한 책임을 진다. 매도인이 무슨 책임을 지는지는 다음 회에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