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중 4명 사망⋯생사(生死) 가른 판단, 정부가 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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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중 4명 사망⋯생사(生死) 가른 판단, 정부가 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없다

2020. 03. 02 22:40 작성2020. 03. 04 19: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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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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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못 해 사망한 코로나19 확진자, 4일 동안 4명

메르스 판례로 분석한 '코로나19' 사망 책임은?

변호사들 "국가에 책임 묻기는 어려울 것"

지난 27일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동하는 환자 이송 버스 안에서 한 의료진이 커튼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중 4명은 입원조차 하지 못했다.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의료기관의 격리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4명 모두 고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던 70, 80대 고령자였다.


정부는 뒤늦게 "확진자 중증도에 따라 병상을 배정하고 치료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입원 치료가 정말 필요한 환자(중등도⋅중증⋅최중증)는 우선 입원시키고, 경증 환자는 병원이 아닌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정부의 발표에도 의료계 안팎에서 '늦장 대응'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대구의 병상 수 부족 문제 등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는데, 정부의 대처가 늦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었다. 이런 주장은 "사망자 책임을 국가가 져야 한다"는 논리로까지 연결됐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유가족이 정부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왜 그런지 정리했다.


기저질환 가진 고령 노인들, 자가 격리 중 사망 속출

병상 부족 사망 사건은 지난달 27일에 처음 발생했다. 기저질환이 있어 입원이 필요했던 74세 할아버지가 숨을 거뒀다. 집에서 격리되어 있던 도중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긴급하게 이송됐고,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이후 나흘간 총 4명의 환자가 대구에서 죽음에 이르렀다. 당시 상황은 모두 비슷했다. 고령에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었지만, 적절한 치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숨을 거둔 뒤에야 발견된 80세 할머니도 있었다.


이런 일이 빈발하자 정부는 지난 1일 입원 기준을 변경했다. 대구시 중앙교육연수원을 경증 환자 치료 목적의 격리시설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경증환자를 이쪽으로 옮기면 기저질환을 앓는 노인 환자들을 병원으로 더 빨리 입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확진자 3081명 가운데 2008명 정도가 자가에서 입원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1일 오후 경북 상주시 남성동 상주적십자병원에 대구에 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19 구급대 앰뷸런스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며 병상이 부족해져 전날부터 확진자들을 상주적십자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경북 상주시 남성동 상주적십자병원에 대구에 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19 구급대 앰뷸런스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며 병상이 부족해져 전날부터 확진자들을 상주적십자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사가 본 정부에 책임 묻기 어려운 3가지 이유

이같은 정부의 '늦장 대응' 의혹이 사실일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친 4명 환자의 유가족은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법원은 이런 사건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전염병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논리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볼 때 법무법인 유스트의 송오근 변호사는 "①확산속도가 특정 종교로 인해 예상외로 빨라진 점 ②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불합리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은 점 ③다른 나라에 비교해 볼 때 정부의 대응이 부족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으로 볼 때 정부에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유한) 로고스의 박래형 변호사도 "판례 태도로 볼 때 정부에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다소 낮을 것"이라며 이 의견에 동의했다. 기준을 넘기 어렵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태림의 신상민 변호사 역시 "(정부의 책임이 인정되려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여야 하는데, 이 기준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위 의견에 동의했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 역시 "우선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고의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고, 코로나19의 치사율 등을 고려했을 때 과실 또한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법률자문
'법무법인 유스트'의 송오근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로고스'의 박래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림'의 신상민 변호사,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 /로톡DB


정부 책임 인정된 '메르스 판례' 확인해 보니⋯

과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이러한 기준을 충족 시켜 국가의 책임이 일부 인정된 판례가 있긴 하다. 메르스에 걸린 30번 환자의 유가족이 일부 승소해 1000만원을 받았고, 대법원에서도 확정판결을 받았다. 메르스 80번 환자 역시 최근 1심에서 2000만원을 인정받았다.


위 경우 질병관리본부는 진작 했어야 할 메르스 진단검사를 이틀 가까이 미뤘다. 방문 국가가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역학조사 역시 밀접 접촉자 범위를 좁게 설정해 추가 환자를 대거 발생시킨 책임이 두 재판부에서 공통되게 인정됐다.


당시 30번 환자의 재판부도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부실한 역학조사였다"며 질본을 꾸짖었다.


이 정도로 '①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과실'이 인정되어야 정부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다.


모두 인정된 것은 아니다⋯인과관계도 입증해야

만약 향후 이번 사건에서 추가로 정부의 과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정부가 좀 더 일찍 입원 기준을 변경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책임이다.


변호사들은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①합리성 없는 정부의 과실' 외에 넘어야 할 산이 한 가지 더 있기 때문이다. '②인과관계 인정' 이다. 사망과 정부의 과실이 '②인과관계'로 엮여 있어야 한다.


송오근 변호사는 "'①정부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점만으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와 함께 이러한 과실(입원 기준 미변경)이 사망자 4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했다.


신상민 변호사도 "정부의 과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기저질환 등을 이미 앓고 있어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사정이 있는 경우 청구가 인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래형 변호사 역시 "이번 사건에서 '①합리성 없는 정부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은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①정부의 과실'이 인정된 다른 메르스 판결에서도 38번 환자(대법원 확정)와 104번 환자(2심)는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과관계(②)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재판부는 "'인과관계(②)'가 부족하다"며 "진단검사와 역학조사 등이 제대로 됐을지라도 환자의 감염 및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역학조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졌더라도, 감염을 막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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