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교수 에세이 (45)] 치료 잘 받고 나오세요
[정형근 교수 에세이 (45)] 치료 잘 받고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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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병원에 갇힌 후 "난 미치지 않았다" 여러 차례 외쳐보았지만,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해당 이미지는 참고용 이미지. /셔터스톡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전화를 걸어 환자를 빨리 데려가달라고 요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한 앰뷸런스 경적 소리가 밤의 적막을 깨고 마을 앞에 도착하였다. 잠을 자려고 누웠던 동네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들 긴장된 표정으로 마을 앞으로 나왔다. 앰뷸런스 차량 옆에는 정신병 환자를 태우러 온 건장한 남성들 서너 명이 있었다. 병자로 지목된 사람은 그 어머니의 큰 딸이었다.
그날 저녁에 어머니와 딸은 심하게 싸웠다. 모녀는 이미 1년 전부터 재산 문제로 갈등을 겪어 왔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딸은 직장을 다니면서 번 돈을 지방에서 농사를 짓는 어머니에게 보내드렸다. 어머니는 딸이 고생하여 번 돈을 주변에 있는 땅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딸은 어머니의 자랑이었고 주변 사람들도 부러워했다. 시간이 지난 후 딸은 서울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갔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그간 보내준 돈으로 구입한 땅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물었다.
어머니는 네가 보낸 돈 한 푼도 쓰지 않고 땅 사는 데 썼다고 할 뿐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해 동안 서울에서 지내다 집에 들어온 딸의 태도가 자신을 불신하는 것 같아서 불쾌하고 기분이 상했다. 삼십 대 후반의 딸이 자기 몫을 챙기려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딸이 땅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언성이 높아졌다. 매일 같은 집에서 살면서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로가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였다. 어머니는 딸이 집요하게 땅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였고, 딸과 말싸움을 할 때는 급기야는 딸을 미쳤다느니 하면서 정신질환자로 취급하는 말을 내뱉곤 하였다. 사랑의 관계가 깨지고 나니까, 서로 간에 한집에서 함께 지내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생각해 낸 것이 딸을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전화로 정신병원의 앰뷸런스가 금방 도착한 것이다. 마을 앞에 있는 병원 차량을 본 둘째 딸은 급히 112로 신고를 하여 경찰을 불렀다. 이미 도착해 있는 병원 차량과 급히 달려온 경찰 차량에서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가 뒤섞여 요란했다. 어머니의 손에 강제로 끌려 나오다시피 한 큰딸은 경찰관에게 "어머니가 나를 정신병원에 억지로 입원시키려고 한다"고 호소하였다. 그러자 어머니는 경찰관에게 "얘가 미쳐버려서 병원에 보내 치료하려고 한다"고 했다. 큰딸 옆에서 있던 여동생이 경찰관에게 "언니와 어머니가 재산 문제로 싸워 오다가, 이제는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다"고 말해주었다.
경찰관은 주변에 나와 있던 동네 사람들에게 어머니와 큰딸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사람들이 모두들 엄마와 딸, 모녀지간이 맞다고 했다. 그러자 경찰관은 큰딸을 향하여 "아가씨 병원에서 치료 잘 받고 나오세요"라고 말하고, 순찰차에 오른 후 돌아가 버렸다. 그 직후 정신병원에서 나온 남성들이 큰딸의 손을 잡아끌다시피 하여 앰뷸런스에 강제로 태웠다. 그렇게 큰딸은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었다.
큰딸은 병원에 입원한 후 "나는 미치지 않았다!"고 외쳐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여러 환자 중 한 명으로 취급당했다. 며칠 동안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으로 마음을 추스를 수 없었다. 일단 병원을 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미치지 않았다"고 항의해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행동으로, 태도로 정신이 멀쩡한 사람임을 증명해 보이지 않고서는 정신병동을 나갈 수 없음을 알았다. 그 후부터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순응하였다. 그렇게 한 달여를 지난 후에 그녀는 비로소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법률사무소를 찾아와 기가 막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과거에 시행된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의 동의만 있고, 정신과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강제로 입원시키는 것은 매우 쉬웠고, 퇴원할 수 있는 절차는 까다로웠다. 이런 보호입원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구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 보호입원 제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였다. 아래 위헌결정을 보면 그간 이 제도가 얼마나 심각하게 악용되어 왔으며, 인신의 자유가 침해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정신질환자 보호입원에 대하여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를 보호입원의 요건으로 하면서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 사이의 이해충돌을 적절히 예방하지 못하고 있는 점, 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을 정신과전문의 1인에게 전적으로 부여함으로써 그의 자의적 판단 또는 권한의 남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보호의무자 2인이 정신과전문의와 공모하거나, 그로부터 방조·용인을 받는 경우 보호입원 제도가 남용될 위험성은 더욱 커지는 점, 보호입원 제도로 말미암아 사설 응급이송단에 의한 정신질환자의 불법적 이송, 감금 또는 폭행과 같은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점, 보호입원 기간도 최초부터 6개월이라는 장기로 정해져 있고, 이 또한 계속적인 연장이 가능하여 보호입원이 치료의 목적보다는 격리의 목적으로 이용될 우려도 큰 점, 보호입원 절차에서 정신질환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절차들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 기초정신보건심의회의 심사나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만으로는 위법·부당한 보호입원에 대한 충분한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이 있다는 이유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결정을 한 바 있다[헌재 2016. 9. 29. 선고 2014헌가9 결정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등 위헌제청(정신질환자 보호입원 사건)].
우리는 흔히 신체의 '구속'을 생각할 때, 형사절차에 있어서의 구속을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법률에 근거하여 광범위하게 신체의 구속이 행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인신보호법안 제안 취지를 보면, 개인에 의한 수용시설에의 구금 등이 빈번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들을 불법으로 구금하여 구걸 행위를 시킨다는지 등이다. 지난 1969년 제정된 제3공화국 헌법 제10조 제5항 "사인으로부터 신체의 자유의 불법한 침해를 받은 때에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구제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3년 뒤인, 1972년 유신헌법에서 이 조항은 삭제되었다.
인신보호법이 제정되던 지난 2007년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정신치료시설 입원 환자는 6만 5498명이었다. 그 중 자기 의사에 반해 강제입원한 정신장애인이 전체 입원환자의 90.6%에 이른다고 한다. 입원기간도 선진국보다 긴 편이었다. 이는 병원 입장에서 건강보험 환자를 수용할 경우 고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어서 입원 유치경쟁을 하고, 환자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퇴원 허가를 주저하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법원행정처, 인신보호제도 해설).
오늘날은 재산분쟁 등으로 강제입원을 당한 경우에는 즉시 인신구제청구를 할 수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인신보호법을 제정하여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법은 위법한 행정처분 또는 사인(私人)에 의한 시설에의 수용으로 인하여 부당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는 개인의 구제절차를 정하고 있다. 다만, 형사사건으로 체포 또는 구금되거나 교도소에 수형 중인 경우는 구제청구를 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인신구제법은 "법률상 정당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신체를 구속당한 자"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형사사건으로 구속된 자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수형자도 인신구제 청구가 많다. 일본은 인신구제의 범위를 우리보다 훨씬 넓힌 점도 주목할 만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지난 1948년에 인신보호법을 제정하여 시행하였다는 것이다. 2007년에 들어서야 인신보호법을 제정한 우리와 비교되는 점이다.
인신보호법이 시행 중인 현재는 피수용자 또는 수용시설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 또는 지원에 "피수용자에 대한 수용을 즉시 해제할 것을 명한다"라는 취지의 인신구제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면 법원은 심문기일을 지정하여 구제청구자와 수용자를 법정으로 나오도록 한다. 법원은 구제청구가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수용자의 수용을 즉시 해제할 것을 명령한다.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바람에 불법구금을 당했던 큰딸도 그 당시에 이런 인신구제 제도가 있었더라면 즉시 법원에 인신구제청구를 하고 병원을 나올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아무튼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은 큰딸은 어머니를 상대로 치열한 법적 다툼 끝에 인내력을 가진 훌륭한 재판장을 만나서 원망과 증오로 가득한 모녀간의 분쟁은 해결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