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도박'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을 잘 파고들어 변호했을 양현석 전 대표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상습도박'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을 잘 파고들어 변호했을 양현석 전 대표

2020. 06. 16 19:29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약 4년간 총 7차례⋯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한 혐의

경찰은 '상습 도박'으로 판단, 검찰은 '단순 도박'으로 약식기소

변호사들 "'상습성'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 없어⋯판례상 상습으로 보기 어려워"

검찰이 7번에 걸쳐 수억원대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에 대해 '단순 도박’ 혐의를 적용해 약식기소했다. /셔터스톡 ⋅연합뉴스 ⋅편집=이지현 디자이너

7번에 걸쳐 수억원대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최근 검찰은 이를 '단순 도박'이라고 판단해 '약식기소'했다. 앞서 경찰은 이 사안을 '상습도박'이라 보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는 "3억 8000만원 도박이 단순 도박이구나." "도박 별거 아니다." 등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약식기소는 정식 재판 대신 약식 서면심리를 통해 벌금형을 부과해달라고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피의자의 처벌이 징역형보다 낮은 벌금형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때 이뤄진다. 만약 법원이 약식기소를 받아들이거나, 양 전 대표가 이의제기하지 않으면 해당 사건은 벌금형으로 마무리된다.


사실 양 전 대표의 도박 사건에 대한 여론도 "단순한 도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지배적이었다. 도박 금액과 횟수 등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한 기준 없어⋯판단에 따라 상습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

양현석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7번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일행 네 명과 함께였다. 그곳에서 양 전 대표가 도박에 쓴 돈은 33만여달러(약 3억 8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이재승 부장검사)는 지난달 26일, 양 전 대표에 대한 약식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검찰은 청구한 벌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이 상습 도박으로 판단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실무상 양 전 대표의 도박을 '상습적'이라고 보기 애매한 점들이 있다고 했다. 더 근본적으로 도박의 상습성을 판단하는 정해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실무상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답답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해진 기준이 없다 보니 일반적으로 도박 관련 판례를 많이 참고한다고 한다. 법률사무소 공감의 박진호 변호사는 "판례에 나오는 도박 횟수와 금액 등을 참고로 하여 단순·상습도박을 판단하게 된다"고 했다.


이처럼 특정한 기준이 없고, 판례를 통해 상습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검찰과 법원이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단순 도박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양현석 전 대표의 도박 상습성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의견이 다르고, 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이유다.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신동협 변호사도 "실무상 상습·단순 도박을 나누는 횟수와 액수, 전과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없다"며 "판례에서 도박과 일시 오락을 구별하는 기준이나, 상습도박과 도박을 구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도박 전과와 도박 횟수 등은 중요한 판단자료가 된다"고 덧붙였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공감'의 박진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신동협 변호사. /로톡DB·신동협 변호사 제공
'법률사무소 공감'의 박진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신동협 변호사. /로톡DB·신동협 변호사 제공


양 전 대표가 '상습 도박'으로 인정 안 된 이유 두 가지

① "상습 도박으로 보기엔 횟수가 적다"

일단 횟수다. 변호사들은 약 4년간 7회의 도박은 상습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횟수라고 판단했다.


박진호 변호사는 "도박 금액은 많지만 (계산해보면) 1년에 두 번이 안 되는 횟수라 상습으로 보기 애매하다"며 "1년에 두 번, 연말과 연초에 도박한 것을 상습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 대법원은 지인들과 연초와 연말 두 차례의 도박을 한 피고인에게 도박의 상습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었다.


신동협 변호사도 "(양 전 대표의) 도박 횟수를 봤을 때, 한 달에도 수차례 마카오와 필리핀 등으로 가는 다른 상습도박 사건과는 다르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상습 도박이라고 인정된 판례를 보면 약 2년 6개월 동안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총 1846회에 걸쳐 18억 2000만원 상당의 도박을 한 사건이었다. 피고인은 당시 거의 매일같이 도박을 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2018년 상습도박으로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② "출국 목적을 해외 출장이라고 주장했을 것"

신동협 변호사는 도박 목적이 아닌 출장 중에 카지노에 들른 경우라면 상습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적어진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라스베이거스라는 곳이 쇼비즈니스가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양 전 대표 측은 업무상 출장을 출국 목적으로 내세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해외 출장 중에 라스베이거스에서 7회 도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면, 상습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