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사인펜 번짐 30여 건 신고... 평가원 '주의의무 위반'에 국가배상 책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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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사인펜 번짐 30여 건 신고... 평가원 '주의의무 위반'에 국가배상 책임 가능성

2025. 11. 18 10:0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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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직전 사인펜 번짐

평가원, 위자료 배상 책임 인정될까

마킹 연습하는 수험생 / 연합뉴스

지난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제공한 컴퓨터용 사인펜의 잉크가 과도하게 흘러나와 답안지 밖으로 번지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해 수험생들의 집단적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17일 오후까지 사인펜 번짐 관련 불만이 30여 건 이상 쏟아졌다.


자신을 서울 지역 고교 수험생이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1교시 국어 시험 종료 직전 마킹 과정에서 잉크 번짐을 겪었다며 "화이트로 수정하고 새로 마킹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수정이 됐는지 모르겠으며 이로 인해 낭비한 시간 때문에 문제 풀이 시간도 허비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장비 문제의 책임소재는 명백히 평가원에 있다"며 강력하게 지적했다.


다른 수험생 역시 "국어 시험 종료 1분 전 마지막 마킹 중 번짐 문제가 발생했다"며 "제게 제일 중요한 국어에서 이런 기능적 문제로 인해 중요한 시험과 목표하는 대학에서 멀어졌다. 꼭 올바른 조치 부탁드린다"고 절규하듯 적었다.


이처럼 일부 수험생들은 시험 시간 손실과 더불어 '목표 대학 불합격'이라는 중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특정 업체의 일부 제품에서 해당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현상으로 인한 수험생 피해가 없도록 채점 업무 시 면밀히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평가원의 사인펜 하자가 '국가배상 책임'일까? 법의 칼날 위 선 공공기관

이번 사인펜 번짐 사태는 단순한 물품 하자를 넘어,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라는 중대한 법적 쟁점을 낳고 있다.


수능이라는 국가적 시험을 주관하는 평가원의 시험 도구 제공 하자가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변호사들의 법률 분석을 통해 검토했다.


핵심 쟁점: 평가원의 '사전 검증 소홀'이 주의의무 위반인가

평가원은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수능의 출제, 시행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으로, 국가배상법상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에 해당한다.


법원은 평가원이 수능 시험을 시행함에 있어 '응시자들의 권리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명확히 본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시험문제 출제뿐만 아니라 시험 도구의 선정과 제공 등 시험 시행 전반에 걸친 관리·감독 의무를 포함한다.


법률 분석 결과, 평가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 사전 품질 검증 소홀: 교육부가 '특정 업체의 일부 제품에서 현상 발생'을 인정한 것은, 평가원이 시험 도구에 대한 사전 품질 검증을 충분히 하지 않았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사인펜의 번짐 현상은 시험 전 품질 테스트를 통해 충분히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위험이었다.


  •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 요구: 수능은 수험생의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시험이므로, 시험 도구 제공에 있어서도 일반 시험보다 더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평가원은 이를 다하지 못했다.


과거 판례로 예측하는 결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가능성

평가원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수험생들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1. 직접적 손해: 명백한 인과관계 인정


사인펜 번짐으로 인해 답안을 수정하며 귀중한 시험 시간을 낭비한 것과,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으로 인한 당황과 불안감 등의 정신적 고통은 사인펜 하자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는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손해다.


  • 유사 판례의 시사점: 평가원이 수험생 답안지를 착오로 파쇄한 '답안지 파쇄 사건'에서 법원은 재시험을 통해 합격한 수험생에게도 15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바 있다. 이 판례를 볼 때, 사인펜 번짐으로 인한 시간 손실 및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현실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2. 간접적 손해: '목표 대학 불합격' 인과관계 입증은 난제


그러나 수험생들이 주장하는 '목표 대학 불합격'이라는 간접적 손해와 사인펜 번짐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 다수의 개입 요인: 대학 합격 여부는 수능 성적 외에도 내신, 수시 전형, 지원 전략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사인펜 번짐만이 불합격의 결정적 원인이었음을 증명하기 어렵다.


  • 입증의 불가능성: 사인펜 번짐이 없었다면 구체적으로 몇 점을 더 얻어 합격선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반사실적 상황'을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수험생들에게 제시된 현실적 해법: '위자료 청구'와 '피해 증거 확보'가 관건

변호사들은 수험생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한다면, 목표 대학 불합격에 대한 배상보다는 직접적 손해(시간 손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수험생들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실무적 조언은 다음과 같다.


  • 구체적 피해 사실의 기록: 사인펜 번짐이 발생한 구체적 시점, 문항, 수정 과정 및 소요된 시간을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


  • 증거 확보: 시험 중 감독관에게 신고한 사실, 사인펜 교체나 수정테이프 사용 사실 등을 증거로 확보해야 한다.


  • 집단적 대응: 개별 소송보다는 유사 피해 사례를 수집하여 집단소송이나 집단 이의신청을 통해 평가원의 구제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평가원이 향후 채점 업무 시 면밀한 구제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한다면, 법적 책임의 정도는 경감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평가원이 구제조치를 불충분하게 하거나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장기간 버틴다면, 과거 출제 오류 사건의 판례와 같이 더 큰 법적 책임과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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